[fn사설]

민심 경청한 文대통령, 정책에 반영하길

호프집서 시민과 대화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에서 퇴근길 시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청년 구직자와 경력단절여성, 아파트 경비원, 분식점·편의점 업주, 도시락업체 대표, 중소기업인, 인근 직장인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대화는 한시간 반가량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식당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소득이 최저임금보다 적어 가족끼리 운영하려 한다.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도시락업체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호소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취업난 등 최근 악화된 경제상황과 관련해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발언들이 많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호프집 민심탐방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퇴근길 시민들을 자주 만나 민심을 듣겠다"고 했다. 시민들과 격의 없는 만남의 자리를 자주 갖기는 어렵겠지만 매년 한두 번씩이라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10.9%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 일로 '2020년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10.9%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가중되고 고용은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아시아·태평양국 과장이 25일(현지시간)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최저임금은 소수 극빈층 근로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제도다. 이를 다수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면 시장 훼손이 너무 커져서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호프집 대화에서 최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의 얘기를 잘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정책을 전면 손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제가 좋아지고 그들의 삶도 함께 나아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는 한 호프집 대화는 또 한번의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