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제로페이 정책, 과연 올바른 길일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카드수수료를 제로로 낮추는 제로페이를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5일 '서울페이'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경남, 인천, 전남 등 다른 지방정부도 그 뒤를 따를 태세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제로페이 확산을 돕고 있다. 집권당과 중앙정부, 지자체가 카드 결제시스템 시장에 공개적으로 깊숙이 개입한 모양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제로페이 아이디어가 나온 배경에는 최저임금이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최저임금이 2년 내리 두자릿수 올랐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아우성을 쳤다. 당정은 그 보완책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들고 나왔다. 최저임금이라는 본질을 놔둔 채 땜질에 나선 격이다. 하지만 결제시스템은 삼성전자(삼성페이)나 카카오(카카오페이), 네이버(네이버페이)처럼 큰 회사도 점유율을 쉽게 높이지 못하는 시장이다. 관제 제로페이가 과연 손님을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페이는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모델로 삼았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중간 매개체 없이, 예컨대 손님과 식당주인 간에 결제가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크게 잘못 짚은 대목이 있다. 알리페이는 민간 혁신이 낳은 결과물이다. 사회주의 중국이라지만 알리페이는 정부와 아무 상관이 없다. 만약 알리페이를 중국 집권당과 정부, 지자체가 주도했다면 과연 성공작이 될 수 있었을까.

이미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손질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3년에 한 번씩 조정하는데, 마침 올해가 바꾸는 해다. 정부의 카드 시장 개입은 금융위만으로 충분하다. 관 주도형 제로페이는 시장 자율을 해치는 무리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놓고 논란이 일자 "장사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늘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동시에 갖출 것을 주문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시장 개입이 노무현정부보다 훨씬 강하다"며 현 정부의 국가주의 성향을 비판했다. 제로페이 정책을 추진하는 민주당과 중앙·지방정부에 재고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