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폭염에도 기습 출동… 경찰, 음주단속 현장 가보니

오전 9시,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서 땀 범벅
“예상 못한 시간대 ‘벼락단속’이 경각심 높여”

황규영 서울 마포경찰서 교통안전1팀장(왼쪽)이 음주운전자에게 처벌 규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땡볕 무더위, 그래도 해야죠"

27일 오전 8시 30분. 서울 마포 공덕역 교통안전센터에서 음주운전 단속 복장을 입던 황규영 서울 마포경찰서 교통안전1팀장. 그와 팀원들은 난지캠핑장에서 평소 오전 5시에서 2시간 가량 음주단속을 실시했지만 이날은 오전 9시부터 단속이 진행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주요 피서지를 중심으로 특별히 주간 음주단속을 실시하면서 단속 시간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늦게 시작한 음주단속 '허탕'치나

오전 8시 56분 112순찰차가 난지캠핑장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도로가 한산했다. 황 팀장과 5명의 팀원은 무전을 주고받고는 난지 나들목 강변북로 합류 지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전 9시 4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팀원들은 난지캠핑장과 월드컵경기장에서 들어오는 2차선 도로 중간에 라바콘을 설치하고 일렬로 자리를 잡았다. 난지캠핑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은 경찰관 한 명이, 월드컵 경기장에서 오는 차량은 세 명의 팀원이 음주 단속을 맡았다.

오전 온도계는 3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차량들이 뿜어내는 매연 탓에 실제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 높았다. 운행 중인 차량에 일일이 경례를 하며 음주단속을 하던 조동현 순경의 목 뒤에는 땀이 배어 나왔다.

시간이 지나도 음주운전 차량은 나오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단속이 임한 황 팀장은 "땡볕 아래에의 단속은 힘들지만 음주사고 예방과 음주 운전자 감소에 보람을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음주단속 하겠다"

오전 9시 36분 눈이 빨갛게 충혈된 한 남성이 검은색 SUV 차량에서 내렸다. 음주 운전자다.

"제가 새벽에 상갓집에 다녀오느라고" 상암에서 여의도로 이동 중이었다는 김모씨(58)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김씨는 "아내의 지인이 변고를 당해 병원에 다녀왔다"며 "어쩔 수 없이 상황이어서 차를 몰았다"고 선처를 바랬다. 황 팀장은 능숙한 솜씨로 관련 처벌 규정을 설명하고는 김씨에게 생수 200mL로 입을 헹구라고 권했다.

음주 측정 결과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1%였다. 100일간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0.05~0.1%는 면허 정지, 0.1~0.2%는 면허 취소, 0.2% 이상은 면허 취소에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형 범죄다. 김씨는 조서에 '부득이한 상황이 있어 운전하였음을 인정합니다. 선처를 바랍니다'고 작성했다. 곧바로 면허를 정지당한 김씨는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결국 조 순경이 차량을 몰고 김씨를 여의도 인근으로 태워갔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음주 단속은 1명의 면허정지로 마쳤다.

단속을 마친 경찰관 중 일부는 곧바로 순찰을, 일부는 교통안전센터로 돌아왔다.
황 팀장은 "아침 음주운전은 졸음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며 "예상치 못한 시간에 음주단속을 실시해야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와 팀원들은 내일 새벽에도 음주운전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날부터 8월 12일까지 피서지 19개소에서 주간단속을, 유흥밀집지역에는 야간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