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美·中 무역전쟁에 흔들리는 달러체제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9 16:53

수정 2018.07.29 16:54

[데스크 칼럼] 美·中 무역전쟁에 흔들리는 달러체제

"미국은 단순하고 중국은 복잡하다." 미국은 늙은 사자다. 예전의 당당한 위용과 파워는 갈수록 쇠락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늘 밤에 중국에 쫓기는 꿈을 꾼다. 가끔 헛소리도 하고 끙끙 앓기도 한다. 중국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세계의 주인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놓고 대들기에는 힘이 벅차다. 그런데 역사의 바람이 방향을 틀었다. 미국에서 서쪽으로 강한 역사의 입김이 불고 있다. 지정학적 판도가 요동칠 태세다. 중국이 강력하게 밀고 있는'일대일로'가 기폭제다.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로 읽히는 대목이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동과 유럽까지 이어지는 옛 실크로드의 화려한 영광을 꿈꾼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화끈하게 불붙고 있는 연유다.

무역전쟁은 일대일로로 불리는 뉴실크로드와 달러체제의 대리전 양상이다. 미국의 슈퍼파워의 근간은 기축통화인 달러와 군사력이다. 그러나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달러의 흐름에 좌우되는 세계 경제에 미국은 언제나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에 직면해 있다. 금본위제인 브레튼우즈체제의 종말과 함께 시작된 달러체제의 문제는 자산이 금에서 국채로 바뀌며 국채 이자비용을 수반해서다. 전 세계 경제발전과 무역이 증가할수록 미국 국채는 불가역적으로 상승한다. 국채를 상환할 때 세수의 의존비율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 미국의 골칫거리다. 미국은 1978년 달러를 폐지하고 특별인출권을 가동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달러 투매 양상이 공황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택지는 극도로 좁았다. 미 국채의 수익률을 높여 국채 상환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만성적자구조로 진입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런 점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달러체제의 필연적 결과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TPP는 중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전략이다. "할테면 해봐라"라는 식의 무지막지한 경고다. 중국의 뒷마당에서 중국의 숨통을 압박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자충수가 될 공산이 높다. 중국은 뉴실크로드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주변국들에 각종 인프라 건설을 통한 경제번영과 상호이익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던졌다. TPP보다 주변국이 느끼는 호감의 강도는 더 높다. 미국처럼 엄포를 놓거나 협박성 발언도 없다. 공동번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힙입어 주변국들을 스펀지처럼 끌어들인다. 중국의 전략은 치밀하다 못해 노련한 여우의 냄새가 물씬 난다. 중국의 장기적인 목적은 아시아의 '운명공동체' 구축이다. 주변국들의 번영을 자국의 발전과 연결시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제국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양세력이 세계의 패권을 차지했던 역사의 법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세계의 지정학적 혁명이다. 부의 경로가 해양이 아닌 대륙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인프라 건설을 통해 주변국들과의 공동번영의 기틀은 물론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던 자국의 과잉생산 해소가 중국이 노리는 전략이다. 중국이 내심 노리는 것은 위안화의 국제화 촉진이다. 유라시아 대륙시장이 통합되면 위안화의 국제화는 시간 문제다.
주변국들이 결제화폐로 위안화를 자연스럽게 쓸 테니까. 달러체제의 최대 복병이다. 급변하는 다양한 지정학적 변수로 미국은 '외로운 섬'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인간의 역사는 잃어버린 기회들의 연속이라는 회의주의자들의 견해가 앞으로는 통하지 않는 이유다.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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