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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자원개발 실패 되풀이하지 않길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30 16:54

수정 2018.07.30 16:54

[차장칼럼] 자원개발 실패 되풀이하지 않길

지난달 초 러시아 극동 사할린에 다녀왔다. 사할린은 더 이상 '동토의 땅'이 아니었다. 최근 러시아의 '천연가스 보고'로 다시 주목받고 있어서다. 특히 북극항로와 연결된 북극해 유전과 함께 러시아 극동개발 핵심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와 한반도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PNG)'도 이곳 사할린과 연결된다. 사할린은 천연가스 생산량이 늘고 있고(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과 생산량이 세계 2위다) 추가 탐사도 진행 중이다.
사할린의 자원개발 시장은 영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이 장악하고 있다.

사할린 석유·가스전 개발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였다.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각축전에 당시 한국은 역량이 부족했다. 특히 20세기 초(1905~1945년) 사할린을 점령했던 일본(기업)은 1970년대부터 이곳의 에너지 개발에 눈독을 들여왔다. 도쿄전력 등 일본 발전기업들은 컨소시엄을 만들어 지분에 투자했다. 현재 일본은 열도에서 가장 가까운 사할린을 통해 연 400만t 정도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안정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우리도 사할린에서 LNG를 수입(연 150만t)해 쓰고 있지만, 아쉽게도 사할린에선 우리의 석유·가스전 지분은 전혀 없다. 2000년대 초반 사할린 유전개발 붐이 일면서 우리도 여러 개 광구 중 하나의 개발권 지분 참여를 추진했다. 하지만 정·재계가 뒤얽힌 '오일게이트(2005년)'가 터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결국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자원 요충지임에도 우리는 가스를 수입해 쓰는 수요자에 머물러 있다.

지난 26일 우리는 자원개발에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불편한 진실'을 확인했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은 자체 조사를 통해 '숨겨진 부실'을 털어놨다. 수익률을 부풀리고 경제성· 전략적 가치 등 제대로 된 투자검토가 없었다. 윗선의 지시에 따라 성과를 포장하는 데 급급했다. 손실이 커지자 이를 희석하려 투자를 더 늘린 일도 있었다. 공기업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는 만연했다.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는 방관했고, 권력(청와대와 주무부처 등)이 개입해 프로세스를 왜곡했다. 이런 '합작'으로 공기업 3사의 자원개발 손실액은 15조9000억원(2017년 말 기준)에 달한다. 부채가 51조원이 넘는다. 고스란히 혈세다. 이들은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간 우리는 적폐니 정치보복이니 하는 논란 탓에 정작 자원개발 부실을 가져온 본질을 왜곡했다.
서둘러 덮으려 하지 않았나. 2018년 7월 이명박정부 시절 자원개발 부실을 초래한 원인과 과정이 비교적 분명해졌다. 약속한 대로 당사자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고(정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공기업)을 해야 한다.
어설프게 출구부터 찾다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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