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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영참여 길 튼 국민연금, 걱정스럽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30 16:55

수정 2018.07.30 16:55

독립보장 장치는 외면.. 정치에 휘둘릴 수 있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 행사지침)를 도입하기로 해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 기금운용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결정되면서 앞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들을 지배할 수 있는 연금관치주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30일 올해 제6차 회의를 열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스튜어드십코드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자금 주인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주주활동 등 수탁자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토록 하는 행동지침이다. 이날 의결된 도입방안을 보면 국민연금은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지만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경영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될 경우 국민연금이 본래의 목적인 수익률을 올리기보다는 보유지분을 통해 기업을 지배할 수 있는 연금관치주의로 흐를 수 있음을 걱정해 왔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총은 "시가총액의 7%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따라서 정부·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높여 수익률 제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연금이 칼자루를 쥐었다고 함부로 휘두르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연금 투자수익률은 지난해 한해 7.26%에서 올 들어 5월말 현재 0.49%로 주저앉았다. 국내주식 투자수익률은 -1.18%다. 기금 투자수익률이 목표보다 1%포인트 떨어지면 기금고갈 시점은 5∼8년 앞당겨진다. 최고운용책임자(CIO)인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마저 역대 최장인 1년째 비어 있고, 투자를 담당하는 9명의 고위직 가운데 5명이 사표를 던지고 공석인 상태다.


국민연금이 기업에 대고 이래라저래라 하려면 집안 정리부터 하는 게 순리다. 기본적으로 기업경영의 난맥상을 바로잡는 역할은 검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몫이다.
왜 국민연금이 이런 일에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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