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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보호무역주의, 그 이후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31 16:56

수정 2018.07.31 16:56

[여의나루] 보호무역주의, 그 이후

지금 세계경제는 보호무역으로 얼룩져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차츰 보호무역적인 조치들을 도입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초 취임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적인 조치들을 넘어 무역전쟁을 시작하려고 한다.

미국은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의 수출품에 대해 높은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전통적인 우방국들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중국, EU 등도 미국에 대해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나날이 심화되는 것 같은 보호무역과 무역전쟁은 얼마나 계속될까. 미국, 중국, EU가 시작한 보호무역조치들의 부작용을 자국 내 경제주체들은 아직 실감할 수 없다. 그러나 머지않아 높아진 관세들로 생필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각 국가를 대표하는 수출기업들이 악화된 교역조건으로 휘청거리면 경제주체들은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다. 그쯤 되면 정책집행자 입장에서 보호무역은 결코 지속가능한 정책수단이 될 수 없다. 결국 지금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보호무역은 경제주체들의 반발로 인해 생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의장의 백악관 회동이나 미·중 간의 지속적인 물밑 대화는 그런 가능성의 한 단면이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고민해야 할 일은 적극적 역할이 거의 불가능한 무역전쟁의 시기가 아니라 보호무역이 끝나가는 시기에 대한 것일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2018년 세계경제 전망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근래 최고의 호황과 낮은 실업률을 누리고 있고 EU도 대체로 경기회복기에 있다고 한다. 미국은 연말까지 최소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큼 올릴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 여전히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금리하락을 동결시키고 양적완화를 줄여나가고 있다. 즉, 선진경제권이 지난 10여년의 어려운 시기를 뒤로 하고 차츰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통상정책의 관심은 회복 중인 선진경제권보다는 신북방·신남방정책의 대상인 신흥경제권에 있다. 신북방·신남방정책은 무역관계를 다원화하고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매우 바람직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신북방·신남방정책이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중심에 있는 신흥경제국들은 여전히 정책리스크가 높거나 자원에 의존하는 경제라는 점에서 안정성도 떨어진다. 따라서 보호무역이 끝난 이후 안정적인 선진경제권 호황의 과실을 얻을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보호무역 때문에 그 가치가 저평가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20개국(G20),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협의체를 통해 선진경제권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국의 역할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최근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국제협의체에 한국 정부에서 출연금을 늘려 그 협의체에서 선진경제권이 공감하면서 한국의 이익을 담보하는 새로운 차원의 협력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선진경제권이 포함된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TPP에서 미국이 탈퇴한 후 일본을 중심으로 다시 결성된 CPTPP에 대한 참여를 진지하게 고려하거나 최근 타결이 선언된 일본과 EU의 EPA를 다양하고 면밀히 분석해 보는 것이다. 일본·EU EPA와 비교해 보고, 필요하다면 EU와의 FTA 개정협상도 생각할 수 있다.
모쪼록 한국이 보호무역이 끝난 이후 새롭게 다가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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