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응급실 의료진 또 폭행.. "가중 처벌해야" 국민청원 진행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 반복.. 벌금 하한선 500만원 상향
의료단체 대책마련 호소.. 국민청원 수 13만명 넘어

경북 구미시와 전북 전주시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또다시 주취자가 의료진을 폭행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최근 응급실 의료진 폭행사건은 전라북도 익산, 강원도 강릉, 경상북도 울진, 경산 등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7월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북 구미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이날 오전 4시경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전공의 김 모씨를 철제 소재의 혈액 샘플 트레이로 가격, 동맥파열로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29일 오전 5시경에는 전북 전주시 모 지구대에 있던 주취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돼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환자 상태를 확인하려는 응급구조사 김 모 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를 말린 임 모 간호사 머리채도 잡고 폭언하며 난동을 부렸다.

■응급의료 방해 68%, 주취자에 의해 발생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요청해 종합병원 응급실 등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의료 방해에 대한 신고 및 고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신고 및 고소 건수는 2016년 578건, 2017년 893건, 올해 6월말 기준 582건 등 최근 2년 6개월간 총 2053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발생한 582건을 분석했더니 응급의료 방해 행위 중 68%인 398건이 환자의 주취상황에서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대한응급구조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대한의사협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의료인 폭행 사건이 이슈화될 때마다 강력한 처벌과 관계기관의 법.제도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집단 및 환자단체 등의 사회적 요구가 일었지만 그 때뿐이었다"며 "국민건강권을 위해 더 이상 의료종사자 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에 앞장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이 반복되고 있어 의료인 폭행 사건의 원칙적인 처벌과 예방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청와대 답변을 듣기 위한 최소 청원 수는 20만 명이다. 현재 청원인 수는 13만여명이며 오는 2일 마감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의료인 폭행 시 가중처벌토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처벌은 경미한 수준에 그쳐 국민들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주취상태의 폭력행위에 대해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주취자에 대한 응급실 의료진 폭행이 늘어나는 것은 주취자들이 병원에 많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경찰도 주취자의 인권 때문에 10여년 전처럼 무작정 경찰서 내 유치장에 가둬놓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친 경우 병원 응급실에 동행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경찰이 최소한의 의료인들의 치안을 보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벌금 최소 500만원은 내야"

현재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구조.구급 등 소방활동을 방해해선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법 때문에 100만원 가량의 적은 벌금만 내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

최근 전국의사총연합도 성명을 내고 "응급실에 주취자가 내원했을 때 경찰의 동행이나 보호가 없으면 주취자의 진료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교수는 "벌금 하한선을 500만원 이상으로 올려 최소한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을 때 벌금을 많이 낸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며 "또 경찰도 주취자의 경우 의료기관 방문시 보호자와 동행 필수 등의 메뉴얼을 정해주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충청남도 소방본부는 8월부터 주취자전담구급대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주취자전담구급대는 특별사법경찰관리로 지명된 구급대원 위주의 3명의 대원으로 구성되며 가스분사기, 웨어러블캠, 수갑 등의 호신.채증.체포장비를 갖추고 주취자가 연루된 구급현장에 전담 출동해 주취자 폭행을 제어하기로 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