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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10년이 지나면 남북경협도 변한다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1 16:15

수정 2018.08.01 16:15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우리가 평소 참 자주 사용하는 속담이다. 아마 예전에는 10년이란 기간이 참 긴 세월이었나 보다. 정확하지만 않겠지만 학계에서는 조선시대 서민들의 평균수명을 대략 35~40세 정도로 추정한다는 보고서를 본적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시대 사람들에게 10년이란 자기 일생의 거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세월이니 강과 산이 변할만큼 오랜 시간이라고 느낄만도 하다.

현대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10년은 사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지만, 요즘도 그정도 시간이 흐르면 세상이 몰라 보게 바뀌기는 한다. 최근 남북경협 재개에 관심들이 많다.
하루 아침에 중지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주축이 되어 물꼬를 트기 시작한 대북사업을 찬찬히 살펴 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수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을 찾아간 그 유명한 일화는 1998년에 있었던 일이다. 정 명예회장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이후 그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다. 실향민들에게는 그야 말로 강산이 뒤바뀐 수준의 일대 사건이었다.

분단후 십수년간 총칼을 맞대던 남북관계도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 했다. 그러나,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이 터지면서 금강산으로 가는 길은 끊겼다. 첫 관광이 시작된 이후 공교롭게도 꼭 10년만에 생긴 비극적인 변화였다.

개성공단의 운명도 10년의 차이를 두고 완전히 뒤바뀌었다. 2005년 국내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입주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기업이 북한에 공장 차린다는 것은 상상속에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지만 현실로 벌어졌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16년에 전면중단됐다. 희안하게도 이 역시 10여년만에 생긴 일이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이 서로의 관계를 한단계 전진시킨 일대 사건이었지만 둘다 10년 주기를 두고 운명이 뒤집어 졌으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맞는것 같기도 하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이후 아직까지 남은 숙제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남북 관계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불과 지난해 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은 한국을 극동의 화약고 처럼 생각했고, 외국 비즈니스맨들에게 출장 기피 구역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8년 금강산관광이 중지된지 또 10년만에 생긴 변화다.

재계에서는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UN의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는 경협이 재개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도 한국측에게 경제제재 유지를 권하면서 은근히 부화뇌동하는 기업들에게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 아직 넘어야할 과제가 많지만, 일이 되려고 할때는 순식간에 이뤄지는 법이다.
정부가 노력하고, 민간에서 뒷받침 한다면, 10년간 걸려 있던 빗장이 순식간이 풀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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