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물선에 흔들린 증시


"무슨 150조 보물이냐. 뜬구름 잡는 얘기는 관두시라."

A씨가 일명 '보물선'으로 알려진 돈스코이호 얘기를 처음 들은 후의 반응이다. 그의 생각이 바뀐 것은 보물선 논란의 주역인 신일 측이 '진실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A씨는 "너무 진지하게 말하고, 잠수정이 들어오고 그랬다"며 "보물이 5%만 나와도 7조원 아닌가"라고 말했다. A씨는 신일 측과 함께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제강 지분을 인수했다. 얼마 전 사임 의사를 밝힌 최용석 신일해양기술 대표가 바로 A씨다.

뜬구름(보물선)이 땅으로 내려온 이유치고는 너무도 허술했다. 그러나 이 허술한 논리에 주식시장은 흔들렸다.

보물선 이슈가 터진 후 제일제강에는 7거래일 동안 무려 5000억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한국식 '묻지마 투자' 문화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든 셈이다. '이른 시간에 큰 수익을 얻겠다'는 기대가 사실 확인이 되기도 전에 투자를 하도록 만들었다.

제일제강은 지난 3년 동안 누계 영업손실이 30억원을 넘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묻지 않는' 투자를 단행했다.

단기투자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보물선은 증시에 다시 닻을 내릴지도 모른다.

돈스코이호가 처음 수면에 등장한 건 동아건설이 지난 2000년 발견 소식을 전하면서다. 당시 동아건설은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정부 발표가 있은 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끝내 상장폐지됐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단타매매 문화가 여전히 퍼져 있다"며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주가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두고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마성 투자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발생한다"고 전했다.

문화는 제도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비슷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개인투자자 탓만 하는 목소리는 공허하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나 신용평가사도 좀 더 적극적으로 경고 신호를 줘야 한다"며 "정보 측면에서 열위에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그런 신호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조금 더 많은 사실이 갖춰진 기사가 있었다면 뜬구름을 지금보다 빨리 흐트러뜨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나부터 반성한다.

ethica@fnnews.com 남건우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