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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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느 하나가 죽어나가야 하는 걸까요."

최근 만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를 두고 "카드사가 하나 없어질 때까지 금융당국의 이 같은 기조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카드수수료는 지난 2007년 이후 현재까지 10차례나 인하됐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카드수수료 인하를 통해 가져온 경제적 효과는 연간 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여전히 카드수수료를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고 카드사를 조준사격하고 있다.

대형 카드사들의 경우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중소형 카드사들의 곡소리는 하루이틀이 아니다. 한 카드사 사장은 "카드사업이라는 게 규모의 경제라는 게 있는데, 규모는 차치하고 같은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중소형사들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상공인의 불만을 자극해 수수료 인하에 수차례 칼을 댔지만 소상공인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영세.중소 상공인들이 납부해야 할 카드수수료율은 수치상으로 줄어 보이지만, 반대로 이들이 내야 할 카드환급금은 지금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당초 2019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음식.숙박업종 및 기타업종 간이과세자에 대한 우대공제율은 오는 2020년까지 유예돼 신용카드 등 매출액의 2.0%, 기타업종은 1.0% 공제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올해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불똥은 카드사로 튀었다. 카드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소상공인 달래기' 카드가 앞으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나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중소 상공인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비단 카드수수료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각종 세금 등이 있지만 정부가 카드수수료에만 칼을 갖다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또다시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하는 것은 카드업계로선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카드사의 사정이 어려워질수록 소비자의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뻔한 과정이다.
지난해 일부 카드사는 수익성 악화로 인력감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영세.중소 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으로 수백만의 실업자를 양산할지도 모르는 기로에 서있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도, 소비자도, 영세.중소 상공인도 결국엔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는 누구를 위한 인하 정책인지 묻고 싶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