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신뢰 역주행하는 수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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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이하로 팔면 공정위에 제소하겠다." 아우디 A3의 40% 폭탄할인 움직임에 얼마 전 모 대학교수는 사석에서 법적 대응을 언급했다. 업체가 실제 할인율을 40%로 책정할지, 이후 교수가 행동으로 옮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혼탁해진 가격질서와 고객신뢰가 예전 같지 않은 수입차시장의 한 단면이다. 1000만원 안팎의 할인이 일상화됐고, 할인을 안하면 안 팔리는 곳이 수입차시장이다.

이 대목에서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원가가 얼마기에. 이렇게 팔고도 남는 걸까? 크게 두 가지다. 업계 통설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가 기준으로 수입원가 60%, 세금 15%, 물류 및 마케팅 비용 5%, 수입업체 및 딜러 마진이 각각 10% 내외다.

따라서 40% 할인은 수입원가에 팔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마진을 포기해도 수입업체가 세금 등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한마디로 팔면 팔수록 손해다. 세부담은 예상보다 적지 않다.

A3를 40% 할인 시 최저가격은 2400만원 선이다. 이를 수입원가로 가정하고 계산해보자. 유럽연합과 FTA 협정으로 자동차 관세는 없다. 다만 업체가 수입원가의 3.5%인 84만원을 개별소비세로 내야하고, 이 금액의 30%(25만원)를 교육세로 부담한다. 수입원가, 관세, 개소세, 교육세까지 모두 합한 금액의 10%인 250만원이 부가가치세로 추가된다. 총 360만원 규모다. A3 한정물량 3000대에 업체가 이미 부담한 세금은 총 108억원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해 4억원의 순이익을 남긴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손실을 자초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수입차 40% 할인을 치킨게임 영역으로 보는 이유다.

저렴하게 판다는데 소비자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기존 구매자들은 중고차 가격 하락에 따른 재산상 손실을, 업계는 시장의 생태계 교란 등을 우려한다. 신뢰가 무너진 것은 가격만이 아니다. 비싼 정비비용과 부족한 서비스센터를 차치해도 디젤게이트 이후 녹이 슨 신차, 주행 중 화재사고 등 기본적 품질에서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수입차시장 비정상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목표는 판매기록 경신이 아니라 고객의 신뢰 회복이다". 독일차 브랜드의 국내법인 대표가 강조한 올해 경영 화두다.
하지만 해당 업체 역시 폭탄할인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고객의 신뢰는 제품과 가격, 서비스의 본질을 일관되게 제공하는 데서 출발한다. 수입차업계 전반적으로 이에 반하는 역주행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건 아닌지 고객 신뢰의 의미를 곱씹어보길 바란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