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응 전략, 美中 무역전쟁 표준 됐다..승자는?


싱가포르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중국-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을 마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왕이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무역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결국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000억달러 규모 관세부과 위협에 대해 중국이 600억달러어치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중간 '맞대응(tit-for-tat)’식 무역 보복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중 누가 먼저 무릎을 꿇을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증시 측면에서는 중국이 불리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미국이 더 큰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반복되는 맞대응 전략‥미중 무역전쟁 표준됐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중국의 보복관세 선언 소식을 전하며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빠져들면서 '맞대응(tit-for-tat)'이 표준이 됐다"고 보도했다.

리서치회사 지오퀀트의 마크 로젠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미중간 분쟁이 "2주간의 가속화와 2주간의 상대적 안정이란 순환적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중 양측이 모두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동등한 레버리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구도 먼저 타협할 실질적 인센티브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분쟁 가속화가 일정기간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제품 600억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차별화해 부과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이 최근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에 대한 관세위협에 이어 관세율마저 10%에서 25%로 올리겠다며 압박한데 대한 맞불 전략이다.

중국관세세칙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의 600억달러 어치에 대해 관세를 25%, 20%, 10%, 5%로 차별화해 부과할 방침이다.

중국 상무부는 "과세 조치 시행 시기는 미국의 행동을 지켜보고 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다른 반격 조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할 방침"이라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미중 전쟁, 누가 먼저 무릎 꿇나
양측의 무역갈등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가운데 최근 주식시장 흐름을 볼 때 중국이 먼저 미국에 타협의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말했다.

최근 중국 증시는 약세장으로 진입했다. 이번주에는 5.9% 하락하며 지난 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반면 이번주 미국 증시는 0.8% 오르면서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무역전쟁의 결과를 예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존 러틀릿지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먼저 무릎꿇을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주식시장에 있어서는 확실히 그렇다"며 "중국 시장은 외국 자본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자본이 중국에서 빠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 또다른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하나는 경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라고 말했다.

정치적 측면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백기를 들 수 있다고 러틀릿지는 전망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지역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레드 스테이트(red states)'에서 중국의 보복관세에 불만을 터뜨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러틀릿지는 "그같은 압박이 (이미)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의 반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틀릿지는 중국 수출 부가가치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에 달한다며 "중국 판매를 망치고 싶지 않은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권위주의적 통치를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같은 압박을 받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러틀릿지는 "시 주석은 중국 빈곤층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공격하는 이유는 단지 미국 농부들 때문이 아니다. 자국 국민들이 가하는 압박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파 성향의 칼럼니스트이자 경제 싱크탱크 ‘메르카투스센터’의 수석 연구원인 베로니크 드 루기 역시 "중국은 권위주의 정부"라며 "중국에는 법률적 압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먼저 타협할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낙관론은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문사 브리지파크 어드바이저스의 스테판 셀리그 이사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일당 체제 하에서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국내 언론 통제 등 여러 유리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셀리그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으로는 불리할 순 있지만 다른 무역 파트너들과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을 통해 중국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납세자연합(NTU)의 선임 연구원인 매티스 듀플러는 "어떤 딜을 맺거나 최소한 EU와 긴장을 줄이게 되면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다른 무역 파트너들에 대한 압박은 커진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