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향이 먼저다

지령 5000호 이벤트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취임 후 80%가 넘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대로 하락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이 쏟아진다. 소득주도성장론, 빠른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투기 억제 정책, 주 52시간 근무 전격 도입 등이 그렇다. 실제 이달 첫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교, 대북정책 등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3년 8월 대통령긴급명령인 '긴급재정경제명령 제16호'를 발동해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했다. 각종 금융비리 사건과 부정부패로 1980년대부터 금융실명제 필요성이 논의됐으나 지지부진하던 차에 파격 행보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주각 하락, 중소기업 부도 증가,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을 겪었으나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역사의 평가다. 대선에서 패한 김대중 전 대통령마저도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으로 편의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크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보다 가게 사장 월급이 적다'는 푸념도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로 직장인들이 '칼퇴'하면서 저녁 장사도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급 8000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생과 가게의 사장님 중 누가 더 어려울까. 최저 시급을 받는 사람일수록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증가 비율도 높다. 소득이 늘어난 대학생은 식당, 편의점에서 돈을 더 쓸 것이다. "막상 월급을 주기도 힘든 자영업자는 어떻게 해"라는 푸념에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가게로 자영업을 시작, 6년 만에 30억원 자산을 이룬 한 30대는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편이 자영업 시장 전체에도 좋다"고 일갈했다. 이것이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다.

'보이지 않는 손'이 만능은 아니다. 야심찬 한 30대의 말처럼 자본의 속성은 냉혹하다. 보이지 않는 손의 폭주를 막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개입해도 때론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두 가지 선택사항이 있을 것이다. 속도와 방향. 다행히 현 정부의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는 보이지 않는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 간디의 말이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한 정부. 평가는 역사의 몫일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