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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투자구걸 발언 金부총리 노력 폄하한 것”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6 18:00

수정 2018.08.06 21:05

‘소득주도 성장론 구원투수’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정부-기업 건강한 관계 중요.. 해외 가서도 투자 설득하는데 국내 기업에 하는 것도 당연
금융 관련해선 혁신안 구상중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6일 청와대 연풍문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론과 일자리대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6일 청와대 연풍문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론과 일자리대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부와 기업은 '건강한 관계'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애로를 해소해 준다고 해서, 정부가 대신 뭘 해달라든지, 과거처럼 기업에 압력을 넣는다든지 하는 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지요. 이 정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을 경제수석으로 들어와서 확인했습니다."

피해갈 수 없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만남을 둘러싼 청와대의 '투자 구걸 논란'에 대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내놓은 '모범 답안'이었다.


서울에서 날아든 '귀환 통보'에 지난 6월 말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직을 뒤로하고, 문재인정부에 합류한 지 40여일. 좌초 위기에 몰린 소득주도성장론을 포용적 성장론으로 살릴 구원투수이자, 내각과 청와대 간 조정자로서, 또 정책통으로 자신만의 '경제모델'을 궁리 중인 그를 6일 청와대 연풍문 회의실에서 만났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김범석 기자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김범석 기자
기재부 최장수 경제정책국장(2009~2011년)을 지낸 분석가답게 지표 얘기부터 했다. "투자가 좋지 않습니다. 작년에 설비투자가 14%(전년비)나 증가, 기저효과가 있지만 어쨌든 숫자로 보면 투자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대화는 자연히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으로 이어졌다. "우리(정부가)가 해외기업도 국내 유치를 위해 나서는 마당에 국내기업에 가서 투자·고용을 늘려달라고 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게 옛날처럼 기업에 투자를 강요한다든지 하는 건 아닌데, 누가 가서 하라는 모습 자체가 썩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삼성이 투자)발표를 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김 부총리가)가면(모를까)…다만,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에 대해 청와대가 '구걸'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는 기업 투자를 위한 부총리의 노력을 너무 폄하하는 것이죠. 거기에 대해 저도 화가 많이 났습니다." 윤 수석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자신 모두 김 부총리에 삼성 방문에 제동을 거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 간 '건강한 관계'에 대한 발언은 인터뷰에서 두어번 더 나왔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에 내년도 예산을 올해 대비 10% 이상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 윤 수석은 확장적 재정정책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재정을 많이 빠르게 늘리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지금 경제가 충격요법을 줘야 하는 상황이냐. 그렇지 않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기계적인 두자릿수 증액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김범석 기자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김범석 기자
금융에 대해선 이번 인터뷰 중 가장 센 발언이 나왔다. "국내 금융업계는 '독과점 내수산업'이죠. 사회가 필요로 하는 혁신 자본, 모험자본에 대한 공급(대출)기능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하는데, 왜 금융기관에 진입제한을 두었겠습니까. 그게 그 분들 좋으라고, 월급 더 가져가시라고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게 금융이 돌아가야죠." 그는 보호와 규제를 자율과 책임으로 전환하고, 공급자 중심의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등의 '금융혁신'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에 대해선 "(증가)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적절히 제어할 필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증세에 대해선 현재 정부가 "명목세율 조정해 증세를 할 계획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부자증세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끝으로 "한국경제의 컨트롤타워가 누구냐"고 물었다. "경제는 혼자 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팀워크'라고 생각합니다. 장하성 실장이나 김동연 부총리가 모든 상황에서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할 순 없죠. 다만 팀으로서 좀 더 자주 만나고, 경제 현실에 대해서 인식을 같이하고, 같이 해법을 논의하는 게 중요하죠." 그는 지난주 김 부총리를 만나고 왔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 간 월례 회동은 두 사람의 해외출장과 여름 휴가 등으로 아직 두번째 회동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윤 수석과 첫 대면에서 "장악력이 세다면서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취임한 지 두 달. 그는 "지금 그 답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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