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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전기료 한시 인하.."최악 폭염 끝자락에 내놓은 뒷북대책" 비판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7 16:46

수정 2018.08.07 16:50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폭염에 따른 여름철 전기요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폭염에 따른 여름철 전기요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7일 발표한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의 골자는 누진제 구간 확대다. 누진제 완화는 구간별 사용량을 50kWh씩 확대했던 2016년(7~9월 적용)과 같은 방식이다. 이번에는 7,8월 두 달에 한해 100kWh씩(1,2구간) 확대했다. 부가세 환급 방안은 현행 법에 따라 불가능해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재난수준 폭염이 지난달 중순부터 계속됐음에도 정부의 전기요금 완화 대책이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 최악의 폭염에도 '요금폭탄'을 걱정해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은 가정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뒷북대책이라는 것이다. 또 논란이 예상되는 주택용 누진제 폐지, 산업용 경부하(심야시간) 요금 인상 등 이상기온과 산업 및 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른 전기요금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은 또한번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7,8월에만 누진제 구간 완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작년 보다 폭염일수는 두배 이상 늘었는데 요금은 크게 늘지 않았다.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못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백 장관은 대책이 늦었다는 지적에 "419만 가구의 7월 고지서 분석이 최근에야 완료됐다. (전기요금 경감 대책) 속도가 늦은 점은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실제 산업부와 한국전력이 419만 가구를 분석한 결과 예상보다 전기요금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다 요금이 감소하거나 증가금액이 1만원에 못미치는 가구가 89%에 달했다. 5만원 이상 증가한 가구는 1% 수준이었다. 이는 전기요금 걱정에 상당수 가구가 냉방기 사용을 자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누진제 한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전력 사용량이 기존 누진제 2구간에 속하는 가구다. 1단계(1kWh당 93.3원)가 300kWh로, 2단계(187.9원)가 500kWh로 각 100kWh 늘어나기 때문에 200kWh 이상에서 500kWh 이내의 사용자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 2단계 이상에 속하는 1512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7∼8월 가구당 평균 1만원 감소할 것이라는 게 정부 추산이다. 누진제 1구간에 속하는 200kWh 이하를 사용하는 가구는 달라진 게 없다. 7월 중순 폭염이 시작된 이후 전기요금 걱정에 냉방기기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던 국민들도 혜택은 없다.

누진제 한시 완화로 정부가 추산하는 전기요금 인하 효과는 가구당 평균 19.5%다. 요금 인하총액은 2761억원 수준.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에너지특별기금이나 재난대비 예산 등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일단 부담하고 추후 돌려주는 방안도 있다. 여하튼 2분기 연속 적자인 한전의 영업손실 확대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누진제 완화에도 올여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백 장관은 "누진제 완화로 올 여름 주택용 전력사용이 170만~200만kw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총 공급능력이 1억73만㎾h으로 최고수준이다. 추가적인 예비전력 자원도 있기 때문에 올 여름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4인가구 전기료 2만원 정도 덜 내
전기 사용량별로 할인액은 201∼300kWh 사용 가구는 월 할인액이 5820원(18.1%), 301∼400kWh 9180원(18.8%), 401kWh를 초과하면 1만9040원(20.6%)이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 4인 가구가 한달 평균 350kWh의 전기를 쓴다. 이들이 에어컨을 가동해 전기 100kWh를 더 사용하면 전기요금은 9만원에 육박한다. 누진제 3구간(401kWh)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번 7~8월 누진제 완화에 따라 이들의 전기요금은 2만2510원(25.5%) 줄어든 6만5680원 정도 나온다.

이보다 많은 한달 평균 500kWh를 사용한 가구는 7만6367원으로 2만7773원(26.7%) 덜 내도 된다. 7~8월에 700kWh를 사용했다면 전기요금이 14만6659원으로 2만1291원(12.7%) 줄어든다. 이들 모두 기존대로라면 누진제 3구간(401kWh)에 들어가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해야 했다.

'냉방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배려계층에도 전기요금 할인을 30%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여름철 전기요금이 3만원 나오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실제 요금부담은 4000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기존 복지할인 제도(2만원 할인)에 더해 6000원이 할인되기 때문이다. 영유아가 있는 가구들에 대해선 할인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린다. '출산가구' 요금 할인도 '3년이하 영유아'가 있으면 혜택을 받는다.

■'뜨거운 감자' 누진제 개편 뒤로 미뤄
올해 이상 폭염 탓에 '폐지 요구'가 거셌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중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정부는 누진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대책을 당장에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 등에서 공론화 등을 거치는 과정을 밟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장관은 "이번 한시 지원대책은 재난 수준의 폭염에 대응한 긴급대책이다. 이 대책으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누진제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국회 에너지특위 등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앞서 정부는 주택용 소비자에게도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인데,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에는 도입됐다.
이에 필요한 스마트미터(AMI) 보급도 전국 2250만가구로 신속하게 확대할 방침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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