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통신비 원가공개와 요금규제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7 17:12

수정 2018.08.09 10:16

[특별기고] 통신비 원가공개와 요금규제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받는 통신정책 이슈는 '통신비'일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보편요금제 법안은 논란 속에서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국회로 제출된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대법원이 이동통신 원가정보의 공개를 요구한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새 논쟁을 촉발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이용자 편익이 달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통신비 논쟁의 배경과 문제의식에 많은 부분 공감하지만, 원가정보에 기초해 소매요금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대법원 판결 이후 최근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원가정보를 근거로 가격을 규제하는 방식은 해외에서는 주로 1980년대까지 채택되던 것으로 현재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만큼 제도가 갖춰진 국가들에서 이동통신 소매요금을 원가에 기준해 규제하는 사례는 필자가 아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 원가에 연동해 가격이 인상되거나 인하된다면 기업은 비용을 아낄 유인이 없어져 공급 부문의 비효율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것이 소위 '에버치-존슨 효과'라는 것인데 규제경제학 교과서에서 필수적으로 다루는 이론이다.

둘째, 요금의 적정성 판단을 위해 원가 자료를 사용하려면 원가를 각 서비스별로 적절히 배분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이 한 사업자가 유선통신, 이동통신, 유료방송 등 여러 부문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상당 부분 공통된 설비와 인력을 이용해 제공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작업이 어려워진다. 특히 향후 5세대(5G) 이동통신 환경에서 하나의 물리적 통신망이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에 의해 논리적으로 분할돼 다양한 4차산업 관련 서비스들을 제공하게 될 경우 원가에 기초한 서비스별 요금설정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셋째, 원가 기반의 요금규제는 21세기 통신시장 구조와는 다소 동떨어진 개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신법과 그 규제체계는 한국통신이 유선전화 시장을 독점하던 상황에 인위적으로 경쟁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그 기본적 틀이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통신시장은 데이터, 즉 인터넷 중심으로 변했다. 인터넷은 학계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양면시장이다.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의 연구로 대표되는 양면시장 이론에 따르면, 양면시장 가격의 적정성을 비용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생태계 구조의 특성에 따라 일반 소비자가 부담하는 요금비중이 비용에 비해 높아질 수도 크게 낮아질 수도 있는 것이 양면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원가정보 공개와 관련한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자칫 통신시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 기계적, 맹목적인 규제 도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진하나마 이용자 편익을 위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기존의 여러 경쟁정책들마저 요금규제 이슈에 묻혀 그 의의와 추진동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또한 지울 수 없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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