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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핀셋증세의 빛과 그림자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7 17:24

수정 2018.08.07 17:24

[여의나루] 핀셋증세의 빛과 그림자

내년도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역대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논점은 노무현정부는 '부자증세' 논쟁, 이명박정부는 '부자감세' 논쟁,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논쟁, 문재인정부는 '핀셋증세'이다. 외래어 '핀셋'의 국어사전의 뜻은 '손으로 잡기 어려운 작은 물건을 집는 데 쓰는 족집게와 비슷한 물건'이다.

정부는 '핀셋증세'를 위해 지난해 270여개 대법인에 대해 법인세율 인상, 8만여명의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 올해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소수의 납세자를 대상으로 증세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복지지출의 공격적인 확대, 17만명의 공무원 증원,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기금 지원, 하반기부터 고령자 기초연금 확대, 건강보험대상 확대 등 단기간에 전면적으로 복지지출이 급격하게 확대되므로 증세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조세부과는 '형평성'이 중요하므로 고소득자, 고재산가 등이 세금부담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핀셋증세처럼 특정의 소수 인원에 대한 증세로는 복지재정 확보도 부족하고 세금 증가에 상응하는 경제적 부작용과 시장의 반발이 매우 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의 부자증세 실패사례가 우리의 '핀셋증세'의 반면교사가 될 것 같다.

미국에서 요트 소유는 부의 상징이다. 고소득층 증세를 목적으로 1970년대에 새 요트 구입자에 대한 특별소비세 제도를 신설했다. 요트에서 징수되는 세금은 영세서민층 복지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전제로 의회에서 세법이 통과됐다. 증세 후에 부자들이 새 요트 구입을 포기하거나 중고 요트 구입으로 소비를 변경했다. 결국 미국의 플로리다와 멕시코만 일대의 많은 요트 조선소는 일감이 없어서 폐업했고, 조선소에 근무하는 근로자 해고 초래, 이로 인한 실업수당 확대 등 경제의 악순환이 발생했다. 영세근로자를 위한 선의의 뜻으로 도입된 부자증세가 영세 근로자의 실직이라는 부메랑을 가져왔다.

요트세금 사례는 정부 정책이 국민의 인기에 기대거나 선의의 목적을 추구하더라도 시장질서와 글로벌 기준에 역행하는 경우 시장의 반격과 경제적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사례다.

며칠 전 발표한 세법개정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 후속대책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하나로 근로장려세제의 지급액을 현재 연간 1조1400억원에서 내년부터 3조8000억원으로 일시에 3.3배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복지지출 증가 속도는 '과속도'로 주행하고, 세금증세는 소수의 인원이 부담하는 '저속도'로 달려서는 몇 년 후부터 재정적자가 급격히 증대하고, 경제에 미치는 주름살은 매우 커진다. 심리학에서 '행복의 쳇바퀴 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 어제 고맙게 여겼던 것을 오늘은 당연한 권리로 여기고, 한번 누리기 시작한 것은 즐겁게 누리는 마음이 갈수록 줄어드는 심리현상이다. 한번 주어진 복지의 축소는 어렵다는 의미다. 우리의 인구구조를 보면 2017년 출생한 신생아 숫자는 35만명대이고, 2002년 출생인원이 최초로 49만명대로 진입했고, 1972년 출생인원은 102만명이다.
향후 10년, 20년 후부터 소수의 청장년이 다수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인구구조가 눈앞에 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라는 어느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이 생각난다.
급팽창하는 복지수당의 수령자인 오늘의 세대가 스스로 복지 증가를 절제하는 것이 향후 세금을 뒷감당해야 하는 미래의 자손들에 대한 책무이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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