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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은산분리 완화' 선언한 文대통령의 파격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7 17:24

수정 2018.08.07 17:24

인터넷銀 '메기'역할 멈춰.. 국회도 혁신성장 힘보태야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에서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때 은산분리 원칙 고수를 공약한 문 대통령으로선 파격이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깃발법'(Red Flag Act)을 기존 법과 제도가 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예로 들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게 했다. 그 결과 영국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붉은깃발법을 인용한 데서 규제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을 찾은 이유는 분명하다. 국회와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꽉 막힌 은산분리 규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은행은 일자리 창출과 금융혁신의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효과가 미미하다. 출범 당시엔 기존 대형은행들을 긴장시키며 메기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10%를 초과 보유할 수 없고 의결권은 4%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로 돈줄이 막히면서 제동이 걸렸다. 실제 지난 7월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목표액(1500억원)을 채우지 못했고, 주력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은 미흡한 규제개혁 성과에 "답답하다"며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취소했다. 이후 기회가 되면 일관되게 규제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모자를 만나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기기 규제혁파를 선언했다. 6일 여름휴가 후 열린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신산업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함께한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에게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필요한 보완책도 함께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달 초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월 정기국회 이전이라도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국회는 더 이상 규제개혁의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시민단체 눈치를 보지 말고 대통령의 규제개혁 의지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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