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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훈육의 매'도 결국 아동학대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8 17:04

수정 2018.08.08 17:04

[fn논단] '훈육의 매'도 결국 아동학대


작년 우리나라 아동학대 사건은 2만1524건으로 전체 아동 대비 발생률은 2%대 수준인데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의 아동학대 증가세는 사건발생 자체의 증가라기보다는 인지 및 신고가 그만큼 활성화된 덕분이라고 하니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

아동학대가 실제로 얼마나 발생하는지는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선진국보다 상당히 높은 것은 분명하며 심지어 미국식의 엄격한 아동학대 기준을 들이대면 우리나라 부모의 75%까지 해당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있다. 그만큼 우린 아직 아동학대에 관한 한 꽤 야만적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 정부나 사회가 아무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특히 법제도적 면에서는 괄목할 만큼 발전했다.
1998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여 아동학대의 정책의 근거를 마련한 것을 기점으로 2014년에는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함으로써 처벌과 구제에 관한 제도적 틀을 완비했다. 아울러 관련 사업을 꾸준히 확대 발전시켰고, 현재 전국 62개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신고나 발견 건수에 비해 관련 인력과 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보호와 치유가 필요한 만큼 골고루 손길이 닿지 않으며 종종 불완전한 상태로 사례에서 손을 떼게 된다는 점이다. 정익중 교수에 의하면 아동학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추정액은 매년 최소 3900억원이고, 최대 76조원이라 한다. 얼마간의 예산증액으로 줄일 수 있는 피해와 사회적 손실을 이런 규모로 방임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보다 절실하고 시급한 일은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관련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아동학대의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사랑의 매'라고 하여 아동을 훈육하는 데 체벌이 필수적이라는 관념을 발전시켜왔다. 또한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폭행치사보다 존속일 경우 가중처벌을, 비속일 경우엔 감경처벌을 하는 형법체계를 얼마간 유지해왔던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 양형체계의 바탕은 대명률(大明律)과 경국대전이라고 하니 그 뿌린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이런 특유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법감정의 영향도 있어서 우린 자녀를 마치 소유물처럼 여기거나 체벌을 훈육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별로 죄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아동의 타인과의 건전한 애착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분노 조절에 취약한 인간을 만들 뿐 훈육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으니 인식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체벌도 때론 필요하다'는 식의 유보를 벗어던져야 아동학대가 획기적으로 준다. 부모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화해야 할 이유이다.
또한 필자는 우리 법률은 이미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체벌을 금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아울러 일부에서 거론되는 '체벌금지법'의 제정도 심각하게 고려할 만하다고 본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처벌이 목표가 아니라 "한 대의 매도 때려선 안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워낙 시급하고 중요한 까닭이다.

이재인 사단법인 서울인구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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