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과방위가 '식물국회' 오명 끝내자

지령 5000호 이벤트

'접수법안 563개. 처리법안 100개. 처리율 17.8%.'

20대 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성적표다. 20대 전반기 국회 전체의 법안 처리율 28.2%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물론 단순히 숫자로 국회 상임위원회의 성과를 단칼에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회가 입법기관임을 감안한다면 위원들은 밥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현재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은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5G의 경우 기존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가량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구현이 불가능했던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거 기준의 경직된 규제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다양한 신산업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컨대 5G 시대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교류돼 빅데이터산업 활성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빅데이터 지침이라는 강력한 사전규제를 통해 산업의 역동성을 억누르고 있다. ICT산업 곳곳에서 이런 시대착오적 규제가 횡행하는데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개선해야 할 국회가 전혀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디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민들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초고화질의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익숙하다. 이 과정에서 과실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거대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돌아간다. 글로벌 미디어 상품이 이제 인터넷TV(IPTV)와 연계해 거실까지 침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적정 수준의 대가를 어떻게 지불하게 해야 할지 논의가 시급하다. 이 또한 국회의 역할이다.

현재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한 업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5G 주파수 경매와 보편요금제 추진뿐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자원 하나 없는 대한민국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ICT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훌륭한 ICT 인프라와 신기술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국민들의 성향을 바탕으로 'ICT 강국'이라는 닉네임도 가지고 있었다. 여전히 ICT산업은 국내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도 없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정부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다면 국회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20대 하반기 국회가 지난달 시작됐다.
과방위도 원 구성을 마쳤다. 이제 곧 국정감사도 한다. 과방위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벗고 국내 ICT산업이 최소한 '일 안하는 국회' 때문에 위축되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과방위에 희망과 기대를 가져본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