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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국민연금 CIO의 자격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9 16:52

수정 2018.08.09 16:52

[차장칼럼] 국민연금 CIO의 자격

"운용경험이 전무한 구조조정 전문가한테 내 노후자금을 맡기느니 정치적 연이 있는 운용전문가가 백번 낫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은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자본시장 대통령' 자리로 불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재공모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금융투자업계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사 개입으로 구설에 오른 국민연금 CIO 인선은 최근 재공모에 돌입했다. 총 30명의 후보자가 지원해 이 중 13명이 서류 심사자로 낙점됐다. 주 전 대표가 서류평가 5위로 올라섰다는 설이 나돌면서 업계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주 대표는 원래 외국계 컨설턴트 출신으로 증권사 기획, 전략 담당임원을 거쳐 CEO까지 올랐다. 운용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 때문에 600조원 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효율적으로 굴리는 적임자가 되기엔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한화투자증권 재직 시절 홍콩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지수(ELS)에 1조원을 몰빵해 2000억원의 손실이 났고, 한화투자증권은 한동안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 대표 재직 당시 삼성물산 매도 리포트를 유일하게 낸 명분 이외엔 국내외, 채권, 대체자산 포트폴리오를 총괄하는 국민연금 CIO에 도저히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워낙 스타일이 센 사람이라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이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강행한다는 명분에 어울릴 수도 있다"며 "그러나 대내외적 변동성이 산적한 상황에 추락한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릴 운용전문가 영입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 CIO 자격요건을 이제라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원자는 은행, 보험사, 집합투자업자 또는 투자일임자 등 금융기관의 단위부서장 이상 경력을 보유하고 자산운용 경험이 3년 이상 있어야 한다. 자산운용 경험 3년차는 일반 운용사 대리급 수준에 불과하다. 한 연기금 CIO는 "국민연금 CIO는 자산운용 경험 최소 10년, 15년차 이상 되는 운용전문가가 와야 할 자리"라며 "후보자 중 이에 대한 자격도 지니지 못한 사람이 면접대상에 포함됐다면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뚜껑은 열어보면 알 일이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1인으로서 운용과는 무관한 CIO가 내 노후자금을 굴린다고 생각하면 폭염이 무색할 정도로 등골이 서늘하다.
기본을 망각한 CIO 재공모 인선 결과가 또 어떤 후폭풍을 낳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위상이 얼마나 흔들릴지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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