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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혁신성장 드라이브에 태클 걸지 마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09 16:52

수정 2018.08.09 21:56

저소득층 일자리 늘리려면 '붉은 깃발' 싸고돌면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정보기술(IT) 기업의 자본·기술 투자 확대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핵심 지지층이 반발하고 있다. 여당 내 일부 강경파 의원과 참여연대 등은 "은산분리는 민주당의 당론이며, 이를 완화하면 재벌의 사금고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반대 논리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은산분리 제도는 산업자본에 대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 소유를 4% 이내로 제한하는 은행법 규정(16조 2의 1항)을 말한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지분규제가 풀려도 기존 시중은행들은 '4%룰'이 계속 적용된다. 그 점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아니라 은산분리 특례인정이다. 특례인정을 받는 비율은 총자산을 기준으로 1%도 안된다. 여기에다 대주주에 대한 자격 제한과 대출 금지 등의 규정도 둔다. 재벌의 사금고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감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법 은산분리 조항의 특례인정을 전제로 출범한 은행이다. 은행업에 IT를 접목해 무점포, 무통장, 비대면 거래라는 새로운 유형의 은행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그 뜻을 살리려면 IT기업에 경영을 맡겨야 하며 따라서 지분제한 완화는 당연한 귀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집권당으로 자리가 바뀐 지금도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념을 위한 이념은 무익하다. 실사구시 정신을 살려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할 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편 결과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약속한 정의로운 결과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 드라이브에 나섰다. 방향전환을 통해 저소득층 일자리를 늘려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해내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의료업계 현장방문에서 의료기산업 규제개혁도 약속했다. 원격의료 허용도 내비쳤다.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나 원격의료 허용 등은 혁신성장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규제개혁 조치들이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기득권 집단의 이해와 충돌한다.
기득권에 안주해 규제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혁신성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마부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산업을 규제한 영국 '붉은 깃발법'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진정으로 저소득층의 경제적 지위와 삶의 질이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진보진영은 문 대통령의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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