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美-이란 갈등..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번질까

호르무즈 해협.EPA연합뉴스


이란핵합의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전세계 원유시장이 초긴장 상태다. 미국과 이란이 상대방에게 최대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로 '이란산 원유수출 완전 봉쇄'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카드를 각각 내밀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역대급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란 경제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원유수출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전세계 각국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이란은 "사자의 꼬리를 갖고 놀지 말라"고 격분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대추야자'라는 뜻의 호르무즈 해협은 경제·군사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오만 만과 페르시아 만을 잇는 바닷길로 중동 주요 산유국이 아시아·유럽 쪽에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이다. 원유 통과 5대 전략 지점(호르무즈, 바브알 만데브 해협, 말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중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이 54㎞에 불과한 이 곳은 전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30%, 전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한다. 원유 분석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1720만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오갔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 규모가 1740만배럴로 늘어났다.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걸프 산유국 전역에 타격이 예상된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우회 공급로인 페트로라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최대 480만배럴의 용량만 가능하다. 지난 6월 기준 수출량이 하루 평균 720만배럴이었음을 감안할 때 약 240만배럴 분량의 원유수출이 중단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우회로인 아부다비원유파이프라인 역시 최대 용량이 150만배럴 정도밖에 안된다. 천연가스 생산부국인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 거의 전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하기 때문에 해협 봉쇄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국가 경제에 치명적이다.

미국의 군사전략 차원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은 중요하다. 미국의 대중동 군사전략 관련 전진기지인 카타르 도하의 미 중부군 현지사령부와 바레인 마나마에 주둔하는 제5함대가 페르시아 만 내에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이후 이란이 대이라크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페르시아 만 내 미군이 접근하려면 이 길목이 확보돼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세적 카드지만 그리 쉽게 쓸 수 있는 카드도 아니다. 자국의 '생명줄'을 끊는 자살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 캠프와 존 앨런 게이가 공동 집필한 책 '이란과의 전쟁: 정치, 군사, 경제적 결과'에 따르면 이란 수출의 85%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을 완전 봉쇄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수출길이 막힌다면 이미 줄어든 외환보유고로 버텨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슬며시 꺼낸데는 원유공급 감축 우려를 부추겨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국제 여론을 조성해 미국의 갈등확산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벌써 중국과 유럽연합(EU), 인도는 미국의 협조 요청에도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터키도 이란산 천연가스를 계속 수입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반면 미국의 기대 대로 이란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
현재까지 푸조와 르노 등 50여 개 기업들이 이란과 거래 중단 의사를 밝혔다. 독일 지멘스도 모든 신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의 수싸움이 대화로 끝날지, 더 극심한 긴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