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서울시 때문에 오른건데 왜 중개업소만 잡습니까"

'집값 급등' 단속에 여의도 중개업소 임시휴업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마스터플랜'에 따라 서울 여의도와 용산 아파트 값이 급등 조짐을 보이자 국토부가 일제히 단속에 나섰다. 지난 10일부터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업소가 사무실 문을 닫았다. 12일 여의도 일대 부동산 15곳 중 문을 연 곳은 1~2곳밖에 없었다. 사진=김범석 기자

"서울시에서 개발계획을 발표해 놓고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게 공인중개업소 탓입니까. 단속 나와서 털면 먼지 안 날 리 없으니까 아예 가게 문을 닫는 거죠."(여의도 A공인중개업소 대표)

"거래는 없어도 집 주인들이 호가는 벌써 1억~2억원 높게 부르고 있어요. 원래 거래가 많은 지역은 아닌데 상승 기대감에 일단 매물을 거두는 것 같아요."(여의도 B공인중개업소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개발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째인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때아닌 단속 된서리에 문을 걸어 잠갔다. 거래 없이 호가는 급등하고 있다. 물건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호가는 2억~3억원가량 뛰었다.

전문가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합개발(마스터플랜)'을 최근 집값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용산구는 강남권 일대와 집값 움직임을 나란히 하면서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하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당분간 이 일대 집값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 부동산 임시휴업

지난주 금요일인 10일 오후 3시께 수정, 한양, 삼부, 장미 아파트 등이 밀집한 여의도 국제금융로7길의 부동산은 설이나 추석을 방불케 했다. 길을 따라 늘어선 10개가 넘는 중개업소들은 문을 걸어 잠그거나 '외출 중' 안내문을 걸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일부 중개업소는 사무실 안에 사람이 있었지만 노크를 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중개업소 번호로 전화를 걸자 그제서야 전화를 받은 한 중개업자는 "박원순 시장 개발계획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데 왜 부동산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매번 정부 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실제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7일 용산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시작으로 지난 9일에는 여의도 일대의 공인중개업소를 단속했다. 중개업자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전화 응대를 하며 손님, 단속반과 눈치싸움을 하고 있었다.

박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단속에 나섰는데 박원순 시장이 용산·여의도 개발을 발표하면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서울이 국제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여의도 등 거점을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이 맞지만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로) 개발하려고 했던 지역으로 가능성이 있지만 지역사회 개발 등을 위주로 한 박 시장의 정책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여의도, 용산 호가 급상승 중

여의도와 용산 아파트는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지만 호가는 급등하고 있다. 여의도 한 공인중개업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딱 하나 나온 물건이 대교아파트 10층, 전용면적 66.1㎡로 14억원"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교아파트 10층 전용 95.5㎡는 올 1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올 5월까지만 해도 동일 면적이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호가상으로 2억7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여의나루역 인근 목화아파트 전용 95.5㎡가 13억5000만원에 나왔고 전세는 3억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동일 면적의 목화아파트는 국토부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10억5000만원, 5월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약 1㎞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아파트의 거래가와 호가는 거의 일치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윤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