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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스몰 데이터, 작지만 강하다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2 17:25

수정 2018.08.12 17:25

[차관칼럼] 스몰 데이터, 작지만 강하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다보면 명탐정 홈스의 뛰어난 추리력과 관찰력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그는 관찰을 통해 의뢰인의 직업은 물론이고 출신 지역과 성격까지 한눈에 파악해 동료인 의사 왓슨을 놀라게 한다. 왓슨을 처음 만났을 때 악수만으로도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것을 알아내기도 했다. 지질학과 화학, 해부학 등 과학 전반에 조예가 깊은 홈스는 현대 과학수사대(CSI)의 첨단장비도 없이 오직 관찰과 독창적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최근엔 빅데이터가 명탐정을 대신하고 있다. 2012년 뉴욕시 데이터분석국은 빅데이터 행정 시스템으로 폐식용유 무단방류 업체를 찾아 뉴욕타임스로부터 '디지털 셜록 홈스'라는 칭찬을 받았다.
우리 경찰도 현재 빅데이터를 활용해 범행 시간대와 수법을 분석하고, 범인의 동선과 다음 범행장소 등을 예측하는 범죄정보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지역 특성, 주거 형태, 소득수준, 연령 구성, 유동인구와 같은 인구통계학적 요소 등 방대한 데이터 정보에도 활용한다. 각국 정부와 기업 역시 활용 가능성이 커진 빅데이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빅데이터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세계 최고 브랜드 전문가 중 한 명인 스탠퍼드대의 마틴 린드스트롬 교수는 빅데이터가 놓치고 있는 빈 공간을 채워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스몰데이터를 제시한다. 스몰데이터는 개인의 취향이나 필요, 건강 상태, 생활양식 등 작은 행동 하나하나까지 파악해 생성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결정적 통찰이다. 실제 파산 위기에 처했던 코닥사는 청소년들이 롤러브레이딩을 하면서 '구식 카메라'로 본인들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보고 스몰데이터를 수집해 '코닥 역사상 최대 혁명'으로 평가 받는 새로운 무비카메라를 개발할 수 있었다.

스몰데이터 분석은 명탐정 셜록 홈스의 예리한 관찰이나 추리기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빅데이터와 달리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주관한 '제19회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 초등부문 대상 수상작은 제주 이도초등학교의 '365일 안전한 등하굣길'이었다. 응모자들은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키지 않거나 무단횡단을 하는 어린이들의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통행량 데이터와 기존 안전시설물의 효과를 우선 분석했다. 이후 횡단보도 앞에 보행자 정지선과 노란발자국을 그려 넣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설치 전 60%였던 위반율이 20%로 줄어든 효과를 확인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가치와 효용을 생각하면 스몰데이터는 '작지만 아름답고 강하다.' 빅데이터와는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 차원에서 스몰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한다면 세상을 변화시키고, 우리 삶을 개선할 수 있는 통찰력과 혜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통계 의존을 넘어 생활 속 통계와 스몰데이터까지 예리하게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는 관찰자 마인드로 전환이 필요한 때다.

황수경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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