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토부와 서울시의 엇박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관사를 잠시 떠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 입주한 동안 서울 지역 집값은 또다시 다락같이 치솟았다. 시민 삶의 문제 해결을 화두로 안고 관사를 떠났지만 그사이 시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집값은 급등했다. 여기저기서 무주택자들의 우울한 탄식만 들린다. 건설사에 다니고 있는데도 아직 내집 마련에 성공하지 못한 한 지인은 "최근 몇 년간 집값 상승을 보면 근로소득이 자본이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한다"며 한숨을 내쉬며 반성했다. 부동산 시장이 상승할 때는 악재도 호재로 여긴다.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 발표 이후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매수세가 다시 붙기 시작한 찰나 박 시장이 '여의도 통합개발(마스터플랜)'을 들고 나와 불을 지폈다. 박 시장은 지난달 10월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신도시로 바꾸고, 서울역과 용산역 구간 철로를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여의도 용산 일대는 호가만 2억~3억원씩 뛰었다. 평범한 직장인의 퇴직금보다 큰돈이다.

정부도 억울할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각종 규제책을 내세우며 집값 단속에 나섰는데 박 시장이 용산·여의도 개발을 발표하면서 찬물을 부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하지만 겁 없이 뛰는 호가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뒤늦게 공인중개업소 일제 단속에 나섰다. 지난 7일 용산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시작으로 지난 9일에는 여의도 일대 공인중개업소 단속을 진행했다. 중개업자들도 늘 있는 일인 양 문을 걸어 잠갔다. 여의도 한 중개업소 사장은 "박 시장 개발계획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데 왜 부동산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매번 정부 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정부가 양도세 중과, 대출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규제를 망라한 8·2대책을 내놔 집값 급등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안 된 9월 초 서울시가 잠실 주공5단지 '50층 재건축'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꺼져가는 집값 상승의 불씨를 살렸다. 이후 잠실주공 5단지는 불과 2~3개월 지나 3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잠실을 필두로 강남, 서초 등 주변 아파트 가격도 끌어올렸다. 1월 초 정부는 최고 강도로 무기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여의도 통합개발 발표 때와 판박이다.

박 시장은 옥탑방 생활 중 기자간담회를 자청, "삼양동을 2시간만 돌면 대한민국 99대 1 사회가 어떻게 마을에서 골목경제를 유린하는지 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99대 1의 사회'란 사회 1%가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99%는 소외되는 체제를 말한다. 최근 박 시장의 부동산 행보만 놓고 본다면 99%가 아닌 1%가 환호하는 형국이다. 물론 박 시장이 바라는 그림은 아닐 것이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박 시장은 오는 19일 '옥탑방 한달살이'를 통해 마련한 각종 정책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시장의 그간 부동산정책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는 시민들을 달래줄 대안이 들어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