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발도상국까지 무역전쟁 넓힌다...무역 불균형에 예외 없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AFP연합뉴스
【워싱턴·서울=장도선 특파원 박종원 기자】 중국 및 유럽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전선을 개발도상국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정부의 이같은 행보는 무역전쟁을 통해 특정 국가를 견제하는 것을 넘어 무역환경 전반을 손봐 어느 누구와도 '손해 보지 않는 무역'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 정부가 과거 개도국에 적용했던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재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제도에서 배제된 국가들이 향후 미국과 무역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의에서 무기로 돌변한 GSP
WSJ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 수출하는 개도국들에게 적용하던 GSP 제도의 범위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같은 해 성명에서 "미국 업계를 위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GSP 대상국의 적격성 여부를 검토하는 새로운 "선제적 과정"을 2017년 10월부터 개시했다고 밝혔다.

GSP는 미국이 1976년부터 개도국들의 경제발전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 제도는 지정된 국가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특정 품목에 무관세 혹은 낮은 관세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GSP는 동시에 미국이 개도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도 사용돼 왔다. 현재 피지에서 에콰도르에 이르기까지 세계 121개 국가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수천개 품목이 특혜 관세 혜택을 받는다. 2017년 기준 GSP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 나라는 인도, 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콰도르, 캄보디아, 파키스탄 순이다. GSP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국에 가장 많이 수입되는 상품들은 자동차 부품, 철합금, 보석, 석재, 고무 타이어 등이다. 한국은 경제발전에 따라 1989년에 미국 GSP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USTR은 현재 25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GSP 자격 유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평가는 올해 가을 시작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미국으로부터 GSP 혜택을 취소당한 나라는 없다.

■ 개도국 재검토에도 긴장···첫 타깃 터키
개도국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GSP를 협상 카드로 꺼내들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USTR은 이달 3일 발표에서 터키가 최근 미국산 수입품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했다며 터키의 GSP 자격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터키는 미국이 지난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일괄적인 추가 관세를 적용하자 6월부터 석탄과 자동차 등 18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터키 리라 가치는 GSP 재검토 소식이 발표된 3일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은 다른 국가에도 GSP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 5월 태국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과정에서 일부 제품을 수입 금지하고 과도한 검역 수수료를 챙긴다며 태국의 GSP 자격을 재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까지 GSP 혜택을 받았던 인도네시아는 해당 혜택이 만료되자 지난 7월 무역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GSP 연장을 논의했다. 미 정부는 앞서 4월에 인도네시아가 무역 및 투자 장벽을 세우고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인도 역시 미 낙농업계가 인도의 무역장벽을 문제 삼으면서 GSP 재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싱가포르 소재 아시아 무역센터의 데보라 엘름스 사무총장은 WSJ에 미국의 GSP 조정 방침은 무역 상대국들을 압박해 미국이 원하는 쌍무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다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기준 GSP를 이용해 이뤄진 수입은 약 190억달러(약 21조원)로 미국 전체 수입액 2조2000억달러의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개도국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 워싱턴DC 소재 글로벌 개발센터의 객원 연구원 킴벌리 엘리엇은 "어떻게 하면 무역을 보다 상호 호혜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를 향해 움직이는 것이 미국 통상정책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jdsm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