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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짙어지는 경제위기 그림자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3 17:27

수정 2018.08.13 17:27

[fn논단] 짙어지는 경제위기 그림자


예측을 한다는 것은 미래의 일을 미리 헤아려 짐작해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 예측이란 미래 특정 시점의 경제상황을 짐작해 보는 것일진대, 말 그대로 짐작이니 점치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경제를 예측할 때 기본적 규칙이 있다. 그것은 현재는 과거의 거울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미래 경제상황은 현재 경제상황의 연속선상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괜찮았던 경제상황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지금까지 나빴던 상황이 갑자기 좋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요약하면 미래 경제상황을 예측하려면 현재 경제상황만 제대로 진단하면 된다. 간단하다.

현재 한국 경제상황은 한마디로 말해서 가라앉는 중이다. 국내외 기관들을 통틀어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기획재정부 정도다.

가장 최근의 한국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는 경제성장률이다. 올해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7%다. 이 정도면 평균적 수준으로 경제성장률 자체를 나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성장률 0.7%를 분해하면 내수 기여도가 -0.6%포인트이고, 외수(순수출) 기여도가 1.3%포인트다(내수 및 외수 기여도를 합하면 경제성장률이 된다). 즉 내수는 성장률을 깎아먹을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데, 다행히 외수가 이를 만회하고 있다. 그런데 외수 기여도가 높아진 이유는 수출이 잘돼서가 아니라 수입물량이 크게 줄어서다. 수입이 줄지 않았으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성장을 했을 것이다. 요약하면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자체가 나쁘지 않은 이유는 내수와 수출이 망가졌는데 수입이 더 크게 줄어서 좋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 성장구조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왜냐하면 수입이 크게 감소한 원인이 내수 침체에 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내 심각한 과잉공급 또는 과잉생산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1929년 대공황의 원인인 총수요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실화되는 경로는 유일하게나마 버티고 있는 수출경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세계 경제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는 가운데 무역전쟁이 확산 중이고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 수출제품 중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경쟁력 문제로 세계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그런 이유로 수출마저 망가진다면 한국 경제는 말 그대로 경제위기에 빠지게 된다. 과거 아무리 나쁜 경제상황에서도 외수나 내수 중 하나가 버텨주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와 외수가 모두 망가지는 경제상황이 어떤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미래란 현재의 거울이다. 지금 경제상황은 결코 우리에게 좋은 미래를 투영하지 않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심각한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와 2003년의 카드채 사태 그리고 2008년의 금융위기가 갑자기 다가온 것이 아니다. 당시에도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누구나 느끼고 있었다.
다만 위험이 아니라고 자신을 세뇌하면서 그 불안감을 외면했을 뿐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지금 애써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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