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지은 "당당히 살아남아 安 범죄 증명할 것" 항소 의지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4 12:25

수정 2018.08.14 12:33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유아 기자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김유아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혐의가 무죄로 판결나자 김씨는 "끝까지 당당히 살아남아 범죄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초석 되도록 힘내겠다"고 전했다. 또 여성단체는 "권력 행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판결이다. 항소할 것"이라며 재판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김지은씨의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이번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씨를 변호한 장윤정 변호사는 "참담한 심정으로 대독한다"며 김씨의 입장을 전했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는 "재판부가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할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됐을지도 모른다"며 "부당한 결과에 주저않고, 굳건히 살아서 권력형 성폭력에 법에 의해 정당히 심판받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는 "어둡고 추웠던 긴 밤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그럼에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저와 함께 해주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약자가 죽음 택하는 사회 아니라 당당히 살아남는 사회 되도록 할 것이다. 끝까지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은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적자기결정권이 없다는 게 아니라 가해자가 이를 침해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여성에겐 이미 성적자기결정권이 있다는 선언 듣고자 사법부를 의지한 것이 아니다"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날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심에서 "여성은 독자적 인격체로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음이 당연하고, 사후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성적자기결정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김지은씨가 성적자기결정권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 부소장은 "여성이 성적자기결정권을 갖고 있기에 가해자가 무죄라는, 우리 사회 모든 사람이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기적의 논리를 폈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현재 형사법상 성폭력이라고 볼 수 없다. 상대방의 동의여부를 따져 처벌한 경우 있으나 이를 입법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인식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한 데에 대해서도 김 부소장은 "입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늘날의 성폭력에 대한 사법체계에 주어진 입법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을 살펴야 하는 것은 사법부"라며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는 얼마나 교묘하고 악랄하게 이뤄지는지 들여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김현영 여성학자는 "이번 재판 그 자체가 위력이었다"며 "이번 판결에는 현실을 반영할 그 어떤 단어나 문장도 없다"고 규탄했다.

그는 "재판부는 김지은씨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재판부는 권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말 모른다"며 "김지은씨와 안희정 전 지사가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처럼 판단한, 너무 놀라운 판결"이라고 전했다.

김씨를 변호한 또 다른 변호인 정혜선씨는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피고인의 유죄를 증명하는 증거들을 너무도 쉽게 배척해버렸다"며 "즉시 항고에 새로운 판단을 기다리겠다. 피해자의 용기에 사법부가 응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이후 안 전 지사는 법원을 나서며 "많은 실망을 드렸다.
다시 태어나도록 하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해자는 무고죄 인정하라" "수고했다" 등 안 전 지사에 대한 격려와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라는 구호들이 뒤섞였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