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김병준, 뭘 보여주려 하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딱 이렇다. 명확한 방향이 없다. 아니, 방향은 제시하는데 이해가 안 간다. 논의해 보자는 게 전부다. 문재인정부의 공론화를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논쟁하자고 한다.

건국 시기 논란을 놓고 입장 표명을 미루고 미루다 "1948년이 80~90%면, 10% 정도가 1919년을 건국으로 해석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괜히 말만 길어진다.

야인 시절, 보수와 진보를 싸잡아 비판했던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한 이후 당내 반발에 박정희 띄우기로 눈치보기 신공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박정희 성공신화를 국가주의로 비판하면서 문재인정부도 묶어 비판 대열에 올렸다. 덕분에 국가주의를 반짝 이슈화시키며 재미를 봤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모습에 당내에선 그가 하여가를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조선 건국 전 이방원처럼 김병준의 하여가에 대한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설득해야 할 대상은 고려의 충신 정몽주가 아니다. 그 대상이 박정희 골수팬도 아니요, 노무현 골수팬도 아니다.

보수 지지층은 변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과거 박정희 신화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만 올망졸망 모인, 왜곡된 충심을 가진 사람들이 설득 대상임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단심가로 답할 정몽주도 없는 상황에서 그의 하여가는 공허하다. 리스크 없이 어중간한 그의 입장은 단순히 6개월 비대위원장직을 체험해보려 온 사람이란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내부 정비는 온데간데없고 국가주의 이슈 몰이에 맛들여 어설픈 반문(反文) 투쟁만 하는 듯하다. 당대표 놀이를 할 게 아니라 내부혁신, 적어도 인적쇄신을 위해 '야차'로 변할 수 있다는 복선이라도 깔아야 한다.

김 위원장에겐 당내 기반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친박이든 복당파든 모든 세력을 아우르려 하는 척하지만 곧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특정세력과 연계해 쇄신카드를 단행할 의지라도 보여야 했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특정세력과 연계하는 모습만 보일 뿐, 관리자 역할만 하니 "싹수가 노랗다"는 비난이 터져나온다. 당초 일말이나마 남아 있던 한국당 혁신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들고 있다.
그의 하여가에 반응이 싸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나름 큰 뜻이 있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 600여년 전 하여가를 쓴 이방원과 달리 다른 버전의 하여가를 쓴 김병준이 대권을 쥘지 지금으로선 회의적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