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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면세점 도입 가시화..사업자들은 "출혈경쟁" 우려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4 17:14

수정 2018.08.14 17:14

文대통령 검토 지시에 탄력, 정치권도 관세법 개정 발의
업계는 "나눠먹기에 불과" 면세한도 확대 등 대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검토 지시로 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6전 7기' 만에 가시화되고 있지만 정작 롯데·신라·신세계·두산 등 면세점 사업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실효성이 의문이고 사업성 담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의 불필요한 경쟁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면세한도 확대 선결 및 입국장 인도장 추진이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청와대와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전날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입출국 국민들의 불편 해소와 신규 소비 창출 등을 이유로 관계부처에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실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묵은 과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01년 개항 이듬해부터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시도해 왔지만 대형 항공사와 관세청,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대형항공사들은 부정적

14일 청와대와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전날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입출국 국민들의 불편 해소와 신규 소비 창출 등을 이유로 관계부처에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한항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들의 기내 면세점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불보듯 뻔한 만큼 그동안 도입을 적극적으로 막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도입 추진을 검토하라고 한 만큼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치권도 이미 관련 입법에 나서,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지난달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골자로 한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롯데·신라·신세계·두산 등 주요 면세점 등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대해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이다.

A면세점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출국장 면세점의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크게 보면 제로섬 게임"이라면서 "특히 입국장 면세점의 주요 고객이 내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면세점보다는 입국장 인도장을 도입하거나 면세한도의 증액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C면세점 관계자도 "내국인들에 대한 면세한도가 600달러로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전체 시장 규모는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고 면세점만 늘어나는 꼴이 되는 만큼 나눠먹기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면허권만 늘리면 불필요한 경쟁만 발생하는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내국인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라면 입국장 인도장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며, 해외 소비 일부의 국내 소비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면세한도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에 허용 논의도

입국장 면세점 도입 시 운영권이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면세점업계는 문 대통령이 중견·중소기업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만큼, 사실상 운영자가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되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중소·중견기업들로서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특허 공고가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신규사업자 또는 중소·중견기업들로서는 새로운 사업권을 취득하는 기회가 된다"며 "입국장 면세점이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고정적인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사업자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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