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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스크 확산]신흥국 덮친 ‘터키發 공포’… 아르헨 금리 인상 긴급처방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4 17:18

수정 2018.08.14 17:18

신흥시장 통화 줄하락, 아르헨 페소 6거래일 하락 기준금리 5%P 올려 45%
브라질 자금 빠지며 타격..수출 상대 유로존도 영향
에르도안, 美 강력비판 “나토 동맹국 등에 칼 꽂아 악의적 소문엔 강력 응징” 외부탓 불구 해법 못내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환전소에 1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페소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이날 페소 가치는 앞서 터키 리라 가치 폭락과 맞물려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AFP연합뉴스
터키 위기가 신흥시장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인 목사 구속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강경대응을 지속할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터키 리라가 급락하고 있고,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이동 흐름이 맞물려 신흥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중앙은행(CBRT)이 전날 긴급 처방에 나섰지만 터키 리라는 이날도 급락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리라는 6일 이후 1주일 동안에만 24% 가치가 폭락했고, 올 전체로는 낙폭이 46%에 이른다. 통화가치가 반토막이 났다. 터키 주식시장도 급락했다.
터키 증시의 BIST100 지수는 2.4% 급락했다.

■아르헨 브라질 남아공 인도 통화 줄줄이 추락

터키 위기는 신흥시장 주식, 채권, 통화 등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신흥시장 통화가치 흐름을 보여주는 JP모간 신흥시장 외환지수는 이날 1.7% 급락해 사상최저치로 추락했다. 신흥시장 주요 통화가 일제히 달러에 대해 약세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하면서 안정을 찾았던 아르헨티나는 중앙은행이 전격적인 금리인상으로 페소 폭락세 진정에 나서기도 했다. 아르헨 중앙은행은 이날 페소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사상최저치를 경신하자 긴급 금리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5%포인트 높인 45%로 끌어올렸다. 특히 정치적 불안요소까지 더해져 페소 추락은 속수무책이었다. 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대표 신흥국인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도 사흘째 하락하면서 터키발 공포는 남미지역 전체로 퍼진 양상도 보였다. 남미 특유의 정치리스크 위협까지 겹치면서 자금 유출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는 장중 낙폭이 하루 낙폭으로는 10년 만에 최대 수준인 10%까지 벌어지며 2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인도 루피는 1.1%,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1% 하락했다.

신흥시장뿐만 아니라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도 터키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터키는 유로존의 5대 수출시장인 데다 유로존 은행들 가운데 터키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노던트러스트 자산운용의 투자책임자 케이티 닉슨은 "터키 위기가 터키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가 (시장에 팽배해)있다"고 경고했다.

■음모론 불 지피는 터키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룬슨을 쿠데타 연루 혐의로 체포해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는 그러나 긴장 완화를 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표단이 지난주 워싱턴 방문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15일까지 석방'이라는 최후통첩만 받아들고 온 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강경발언이 지속되고 있다.

에르도안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과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의 등 뒤에 칼을 꽂을 궁리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전략적 파트너의 발에 총을 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현 (리라) 환율 수준은 어떤 경제적 근거도 없다"면서 자본통제 등의 소문을 퍼뜨리는 '반역자'들을 응징하겠다고 다짐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와 관련, 터키 검찰이 언론보도와 성명들을 왜곡해 "사회 평화와 국내 안정, 통합,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위협하는 행위와 연관된 인물들을"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터키의 CNN투르크는 내무부가 346개 소셜미디어 계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터키의 이 같은 대응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터키 위기는 미국과 갈등과 이에따른 경제제재뿐만 아니라 터키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기업들의 해외 채무,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량적인 경제정책 등 거시적인 배경을 안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확고한 정책 방안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터키의 대응은 경제위기를 음모와 전쟁으로 몰고, 기술적인 대증요법들을 내놓는 데 그치고 있다.
시장이 요구하고 있는 대규모 금리인상은 조짐조차 없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로 CBRT가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에르도안의 사위이자 재무장관인 베라트 알바이라크는 전날 한 터키 신문과 인터뷰에서 자본통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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