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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스크 확산]“권력자에 취약한 신흥시장, 터키 계기로 옥석가려질 것”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4 17:18

수정 2018.08.14 17:18

WSJ “장기전망은 긍정적”
[터키 리스크 확산]“권력자에 취약한 신흥시장, 터키 계기로 옥석가려질 것”


터키 위기가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그동안의 믿음에 의문을 던지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충고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심리가 악화하면서 신흥시장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이 크게 흔들릴 수 있지만 장기성장성 등에서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일단 지나가는 소나기만 피하면 옥석 가리기를 통해 명암이 엇갈리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신흥국 감독기구 권력자에 대부분 취약

WSJ는 우선 터키의 사례는 가장 극단적이지만 터키를 위기로 내몬 동력들이 신흥시장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터키 사례에서 드러나듯 투자자들은 그동안 신흥시장의 장기 호황을 토대로 신흥시장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구, 법치를 수호하는 법원, 검찰 등을 비롯해 독립성을 필요로 하는 정부 기구들의 변화가 항구적인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자 이는 사상누각이었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강력한 지도자 앞에서 이들의 독립성은 너무도 허약한 것으로 드러났고, 과거의 정치, 정책 악습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터키의 경우 과거처럼 군부가 장악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더 독재적이 돼가는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외국의 음모라며 이전에도 자주 써먹던 낡은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신흥시장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흥시장들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00년대 들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높이고,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교역을 확대하며, 변동환율제를 통한 안전판 마련으로 급격한 자본탈출 위험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투자자들은 정권의 재량에 좌우되기보다 제도와 규정에 따른 통제가 지속되고 강화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WSJ는 상당수 신흥시장 국가들이 몇가지 기준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흥시장 장기 전망은 선진국보다 높아"

WSJ는 단기적으로 이들 신흥시장 전망은 밝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하강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중국의 경기둔화 역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리인상, 통화정책 중립 전환도 자금 흐름을 바꿔 신흥시장에는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 흐름은 과장됐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일례로 신흥시장 채권 수익률을 들었다. 신흥시장 채권 수익률은 신흥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하던 당시 선진국 우량 회사채 수익률에 근접하거나 이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흐름이 역전돼 미 정크본드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WSJ는 그렇지만 미 정크본드 수익률이 사상최저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신흥시장 채권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낮춰 보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WSJ는 지금은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신흥시장은 여전히 장기적으로 선진국보다 성장 전망이 높고, 위험의 원천이라기보다 성장의 원천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투자자들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상승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송경재 기자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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