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대출 장벽에 서민 내 집 마련 꿈만 더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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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동에 사는 김 모씨는 최근 인근 아파트 단지의 미계약분 입주 모집자를 알리는 문자를 받았으나 대출 한도가 부족해 전부터 봐왔던 해당 단지 추가 모집에 신청도 할 수 없었다. 김 씨는 "무주택자에 한해 대출 한도를 확대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경기도 분당동에 사는 10년차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한 통의 문자를 받고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쳤다. 인근 아파트의 미계약분 3세대가 나와 추가입주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단지는 지난 6월 평균 30대1 이상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인기 단지였다. 무주택자인 김 씨는 "1년 전만 해도 8억원 아파트를 사려면 4억8000만원(집값의 60%)까지 대출이 가능해 3억2000만원만 있으면 됐는데 현재는 대출이 3억2000만원(집값의 40%)까지가 한도"라며 "현재 거주 중인 4억원 전세를 팔아도 돈이 부족해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요원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주택자와 서울 등 투기과열 지구를 겨냥한 연이은 부동산 규제책으로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이 더 힘들어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 분당 등 투기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에 불과해 대출을 받아도 해당 지역에 3~4인 가구를 위한 아파트를 사기 힘들다. 무주택자, 생애 첫 주택 구매자 등에 한 해 규제를 차등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분당 사는게 죄?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 전지역, 세종시, 과천과 분당 등은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되 있어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가 40%로 제한된다. LTV는 과거 70%였으니 2017년 6·19대책 당시 60%로 줄었고, 같은 해 8·2대책이 나오면서 현재의 40%로 줄었다. 이미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또 다른 대출을 받으려면 LTV와 DTI는 10%가 더 줄어 30%까지 낮아진다.

다주택자 투기를 막기 위한 정책이지만 이로 인해 해당지역에 사는 집 한채 마련이 꿈인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김 씨는 "미 계약이 된 인근 아파트도 결국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 대출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정부에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을 강화해도 결국 수요가 있고 직장인이 많은 단지(집 값이 오르는)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고 말했다.

8·2대책의 경우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이면서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LTV, DTI가 50%로 조금 완화 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6억원 집을 살 경우 결국 최대 3억까지 대출이 가능한데 연에 7000만원 이하 소득을 올리는 부부가 생활비를 쓰면서 3억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서울, 분당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은 6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많아 그마저도 혜택을 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씨는 "대출은 열심히 일해서 갚을 수라도 있으니 무주택자에 한해서 대출 한도를 차등적으로 더 높여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등적 담보대출 비율 필요"
전문가들 역시 무주택자, 첫 주택 구매자 등 실수요자에게는 담보대출 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우려되는 차명을 통한 투기수요의 꼼수 등은 처벌을 강화하고 실수요자에게는 주택 구입의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 평균 아파트 가격이 6~7억원 정도 되는데 사실상 해당지역에 사는 신혼부부들은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 한도를 현실성 있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한도의 경우 은행의 정부가 개입하기 보다는 자정 능력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 규제가 투기행태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실수요자에 한해서는 대출 한도를 완화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해외의 경우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고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주는데 그친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나친 대출규제로 인해 건전성이 떨어지는 제2금융권 등으로 대출자가 몰려가는 풍선효과도 있을 수 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수요자들은 결국 그 이상을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이나 사금융 등에서 돈을 빌리게 된다"면서 "대출 규제 완화와 함께 현재 44세까지로 지정된 완화 규정도 나이가 아닌 무주택자, 첫 주택 구매자 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