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플랫폼 경제, 파괴적 혁신이 뒷받침돼야


얼마전 서울 동대문시장에 중국의 왕훙(網紅)이 와서 생방송을 하며 멋진 블라우스를 팔더니 어느새 홍대앞 패션거리까지 장악했다. 숍 주인들이 큰손 고객이라며 최대한 편의를 보장한다고 하니 왕훙과 오프라인 패션숍의 콜라보는 어느새 중국 소비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 모양이다. 장다이라는 중국 최고의 왕훙은 5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고 이미 1년에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그저 놀랍다. 중국의 패션시장은 과거 톱스타들을 이용한 셀럽마케팅에서 이제는 개인방송을 통한 왕훙마케팅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왕훙 매출의 급성장은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미디어 소비패턴의 변화가 실제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광군제라는 아이디어를 낸 지 8년 만에 하루 매출 28조원을 기록해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이제는 왕훙이 또 다른 혁신을 보여준다. 혁신적이지만 파괴적인 디지털 플랫폼 경제생태계가 중국의 신경제를 이끌고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플랫폼 경제 구축을 선언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 대륙에서 급격히 성장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경제생태계를 국내에서도 육성하겠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사실 자본의 투자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경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전환하는 일이다. 플랫폼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는 속성이다. 왕훙 마켓의 성장은 대표적 사례다. TV를 보면서 광고를 통해 상품을 인지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스스로 좋아하는 왕훙을 선택해 방송을 보고 구매 경로까지 바꾼다. 기존 방송사의 광고매출과 오프라인 유통의 매출은 당연히 줄어든다. 반면 디지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왕훙이라는 새로운 직업이 떠오르고 온라인 판매가 크게 늘어난다. 이와 같이 플랫폼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경제의 파괴가 필연적이다. 즉, 플랫폼 경제의 본질은 피터 드러커가 언급한 파괴적 혁신이다. 아마존의 파괴력은 더욱 무섭다. 미국 내 기존 백화점 30%가 이미 문을 닫았고 많은 소매 전문점들도 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 디지털 플랫폼 소비가 만든 비극이다. 트럼프가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를 향해 일자리 킬러라고 트윗을 날린 건 괜한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더욱 고공 성장 중이다. 이미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040조원을 넘어섰고 세계 1위 애플을 바짝 뒤쫓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면 디지털 플랫폼에기반한 소비문명은 파괴적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핵심은 소비자중심 경제로의 전환이다. 소비자가 택시보다 우버가 좋다면 경쟁을 허용하고 호텔보다 에어비앤비가 좋다면 경쟁을 허용한다. 그래서 기존기업 보호 중심의 규제철폐가 필연적이다. 정부가 플랫폼 경제를 육성하려면 투자가 우선이 아니라 정부의 경제에 대한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어렵지만 꼭 명심하자. 역사에서 급격히 달라진 대륙의 경제가 우리를 삼킨 적은 있어도 우리의 경제가 대륙을 삼킨 적은 없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정답은 이미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