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규제 ‘붉은 깃발’ 뽑기,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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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영국의 붉은 깃발법(적기조례)까지 언급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 앞뒤로 4년 가까이 제자리걸음만 하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1년 전부터 발목을 잡던 은산분리 규제가 해소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도 산업 현장에서는 규제로 신음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이라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가 "최소한 글로벌 기업과 동등하게 데이터를 활용해서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할 정도다.

승차공유, 숙박공유 규제는 국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에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최근 논란이 된 카풀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한 기업은 규제에 가로막혀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표이사 사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블록체인 분야는 또 어떤가. 한국은 중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암호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선언한 국가다. 다른 선진국들은 ICO를 면밀히 살펴보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우리만 선제적으로 금지했다. 규제를 풀 때는 하세월인데 규제를 만드는 것은 세계 1등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붉은 깃발이 꽂혀 있다. 박근혜정부 때도, 이명박정부 때도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개혁은커녕 깃발만 더 늘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깃발을 빼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은 남의 얘기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한달이 1년이라고 얘기한다. 은산분리처럼 4년이라는 시간을 허공에 날릴 수 없다는 얘기다.

어떻게 붉은 깃발을 뽑아야 할까. 걱정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일단 하게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제 대전환이 필요하다.
답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이미 나와 있다. 규제 개혁 현장 행보에서의 문 대통령 발언을 조금만 바꿔보자.

"국민들의 편한 이동을 돕기 위해 개발된 카풀 서비스가 규제에 가로막힌다면,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유사수신행위나 자금세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ICO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한 실명거래를 강제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한다."

jjoony@fnnews.com 허준 블록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