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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중개업소 닦달한다고 집값 잡힐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5 16:37

수정 2018.08.15 16:37

뻔한 숨바꼭질 되풀이.. 애꿎은 실수요자 골탕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대자 정부가 부동산중개업소 압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손잡고 지난주 용산과 여의도 일대 중개업소 단속을 벌였다. 이번주부터는 단속지역을 강남권 등 전역으로 확대하고 단속 고삐도 바짝 죄고 있다.

이번 단속은 중개업소 압박을 통해 과열심리를 꺾겠다는 취지로 읽힌다.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단속 소식이 전해지자 1차 타깃인 용산·여의도 일대 대부분의 중개업소는 '외출중'이라거나 '휴업' 간판을 내걸었다.
불법을 저지른 게 없지만 그냥 트집 잡히는 게 싫어서다. 중개업자들은 '왜 우리 탓을 하느냐'며 불만이다. 중개업소가 문을 닫으면 단속할 방도가 없다. 당국과 중개업자가 숨바꼭질하는 동안 전세거래 등 진짜로 거래가 필요한 실수요자들만 애꿎게 골탕을 먹는다.

중개업소 단속이라는 정부 처방과 시장의 맞대응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판박이다. 정부는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먼저 중개업소 단속카드를 꺼내든다. 중개업소는 휴업으로 맞대응한다. 그러고는 단속을 비웃으며 전화나 인터넷으로 영업을 한다.

이래 가지고는 집값을 잡기 힘들다. 미등기전매 등 불법이 횡행하던 과거에는 이 처방이 어느 정도 먹혔다. 지금은 전산화 등으로 거래정보가 투명해진 만큼 최근의 집값은 중개업자가 '장난'을 쳐서 오르는 게 아니다.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구상 발표가 영향을 주긴 했지만 근본원인은 수급불일치다. 시중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몰리며 투자 수요는 꾸준한 데 공급이 달리니 집값이 오르는거다. 규제폭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부동산을 선호한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KB금융지주의 '2018 한국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부자들은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53%에 달한다. 신한은행의 고액자산가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이 3년 이내에 주택에 투자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찍어누르기 일변도 부동산정책은 풍선효과라는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공급 확대가 근본해법이다.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초고층개발을 허용해 물량을 늘려줘야 한다. 가뜩이나 건설투자 감소로 산업생산과 고용이 축 처지고 있다.
공급 확대로 집값도 잡고 경기도 살리고 고용도 늘릴 수 있으니 일거삼득이다. 이 단순한 해법을 두고 왜 자꾸 돌아가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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