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대한민국 70년, 우린 성공했다

경제성장·민주화 동시 일궈 자성하되 자학할 필요 없어
과거사 반목 넘어 미래봐야


15일은 광복 73돌이자 정부 수립 70주년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고희(古稀)를 맞았다. 그러나 국가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대한민국은 반만년 역사 속에서 아직 팔팔한 '젊은 나라'여야 한다.

하지만 뭔가 비관적인, 작금의 우리 사회 분위기는 이와 딴판이다.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 사회의 인구는 유지된다. 우리는 작년에 일본보다 낮은 1.05였다. 올해는 1.0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급격히 고령화사회로 가는 와중에 고착화된 저성장으로 경제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청년 세대가 취업난이란 암울한 현실에 가위 눌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이른바 '갈등공화국'에 살고 있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증 세번째로 높다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는 이미 구문이다. 여야 간 진영 대결에다 지역·계층·세대 갈등도 모자라 최근 성체 훼손에서 보듯 특정 종교와 극단적 페미니스트들 간 갈등까지 불거졌다.

새뮤얼 울만의 영감 어린 시 '청춘'의 한 구절을 보라. "마음속에 냉소라는 눈이 내리고 비탄이란 얼음에 갇힌 사람은 비록 20세라 할지라도 이미 늙은 것"이라는. 우리네 청년들이 '헬조선'이란 자조를 입에 달고 사는 현실이 그래서 걱정스럽다.

물론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가 문제투성이이긴 하다. 올해 세계 평균성장률을 하회하는 2.9%의 성장률이 예상되어서만이 아니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고비마다 새긴 주홍글씨가 어디 한두 가지인가. 친일파 치고 독립운동 이력 하나쯤 갖지 않은 이가 드물지 않은가. 최남선이 그랬고, 이광수도 마찬가지다. 압축성장의 그늘도 작지 않았다. 군사정권에서 인권이 유린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혔듯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 중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일군 유일무이한 나라다.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규모 10위권으로 도약한 게 전부일까. 지난 70년은 자유와 인권, 복지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문명사의 큰 흐름을 좇아 늘 직진은 아니지만 지그재그라도 전진하는 과정이었다. 영욕이 뒤엉킨 과거사를 자성하되 자학할 이유도 없다.

반면 우리의 반쪽인 북한의 70여년 남루한 궤적을 보라. 얼마 전 한국은행이 추계한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남한의 23분의 1 수준이었다. 국가가 무상으로 뭐든 제공하는 '지상낙원'이라는데 탈북 대열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좌우 진영을 떠나 대한민국을 '태어나선 안될 나라'로 치부하는 자학사관은 삼가야 할 이유다.

최근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60%대 밑으로 떨어진 까닭이 뭔가. 그간의 높은 지지율을 떠받치던 적폐청산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과도 무관치 않을 듯싶다. 국민의 미래의 삶의 질을 가늠하게 하는 경제지표가 계속 곤두박질치는 한 아무리 과거 정권들의 여죄를 캔들 핵심 지지층만 환호할 뿐이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보수 야권에서 다시 불을 지핀 '8·15=건국절' 논란에도 중도층은 심드렁한 반응이다. 그렇다면 여야가 과거사를 놓고 지나친 반목보다 가급적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게 스스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번 광복절이 그저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라 다시 '활기찬 아침의 나라'로 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