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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비핵화 없는 남북 경협은 허상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5 16:37

수정 2018.08.15 16:37

文대통령 광복절 축사 준비하되 낙관은 금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경제공동체에 큰 기대를 보였다. 15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말했다.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 특구를 설치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를 19차례 언급했다. 평화(21차례)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횟수다.
이날 경축사가 남북 경협에 큰 비중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경협을 일자리와 연계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금강산관광으로 89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든 경험이 있다"거나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여명에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다"고 말했다. 또 국책기관의 연구를 인용해 향후 30년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최소 170조원으로 추정했다.

남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것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그 모델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들었다. ECSC는 1951년 프랑스 외교장관 로베르 슈만의 제안으로 출범했다. 슈만은 유럽에 석탄·철강 공동시장을 만들어 자원을 둘러싼 충돌을 줄이려 했다. 협정엔 프랑스, 서독(현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 6개국이 서명했다. ECSC는 나중에 유럽연합(EU)의 모체가 된다.

문 대통령의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은 지난해 7월 독일에서 밝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 그때도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으로 단절된 남북을 경제벨트로 새롭게 잇고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외부에서도 남북 경협에 큰 기대를 거는 시각이 있다. 거물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지난달 초 서울 강연에서 과거 중국과 같은 개방이 북한에서 일어나면 한국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장밋빛 낙관은 금물이다. 평화 없는 경협은 모래성과 같다. 금강산관광 길이 끊기고 개성공단 문이 닫힌 게 증거다. 통일대박이니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이니 하는 이야기도 평화가 없으면 신기루에 불과하다. 경협의 물꼬를 틀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문 대통령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본격적인 경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맞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
북한이 비핵화에 호응한 뒤라야 경협이 따라온다. 서둘러 종전을 선언한다고 평화가 거저 오는 것도 아니다.
어느모로 보나 지금은 북한 비핵화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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