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편의점 '담배 천국' 오명 벗으려면


88올림픽 기간에 세븐일레븐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시작된 편의점 역사가 올해로 30년 역사를 맞이했다. 편의점은 이제 온 국민이 일주일에 한두번은 발걸음하게 되는 소중한 곳이 됐다.

편의점은 단순한 24시간 가게가 아닌 동네 지킴이 역할까지 하고 있다. 으슥한 골목길에 환하게 불빛을 비추고 있는 편의점이 있으면 왠지 새벽 귀가길도 안심이 된다. 편의점은 어찌 보면 온 국민의 생필품 저장고이자 간이 식당·카페이며 미니 약국까지 되고 있다. 편의점 업체 스스로도 공공성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꾸준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만능 가게인 편의점에도 옥에 티가 있다. 바로 담배와 술이다. 편의점은 담배와 술이 매출에 절대적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편의점 도시락 판매가 급증하긴 했지면 여전히 술과 담배 판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담배다.

담배 케이스에는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각종 문구를 새겨놓고 있긴 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매일 동네 편의점 계산대에서 화려한 담배 전시매대를 무의식적으로 마주치게 된다.

맥주와 소주 같은 술 광고는 늦은 밤 시간대에만 하도록 규제가 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조치다. 하지만 담배의 직간접 홍보는 24시간 편의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편의점들은 언제부터인지 가장 잘 보이는 계산대 뒤에 담배를 종류별로 펼쳐서 구매 욕구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흡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남자의 흡연율은 지난 2011년 4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정부의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최근 터키(40.1%), 라트비아(36.0%), 그리스(33.8%) 다음으로 한국(32.9%)이 4위를 기록했지만 1~4위의 격차가 적다. 세계 최고 흡연율 속에서 한국의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24시간 담배가게인 편의점들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는 편의점 왕국인 일본보다 인구당 편의점 수가 더 많고 모두 담배를 판다.

편의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애용하는 곳이지만 미소 짓는 계산대 점원 뒤에는 형형색색의 각종 담배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초등학교 앞 편의점이라도 예외는 없다. 어린이들이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더라도 계산대에선 점원 뒤에 펼쳐진 담배 전시물을 보게 된다. 담배와 첫 만남이 편의점이 되기 일쑤다. 심지어 전자담배 판매업체들은 편의점에 입간판을 세우거나 젊은 여성판매원들까지 따로 편의점에 배치하기도 한다.

담배를 편의점에서 팔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30여년 전 동네 구멍가게들은 담배를 매대에 올려놓지 않고 책상 밑에 넣고서 따로 판매하던 곳들이 적지 않았다. 편의점들도 계산대 밑에 담배를 놓고 꺼내서 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이다. 판매하는 담배 종류를 알리고 싶다면 담배 종류별 책자를 계산대 옆에 두면 그만이다.
'편의점=담배 판촉장'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선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업체들과 한국편의점협회가 먼저 논의를 해야 한다. 공동협의가 안된다면 국회나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강제적인 법안 마련도 검토할 만하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몸에 나쁜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게 현명하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