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삼성家의 무보수 경영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하는 경영인이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이나 됐다. 그것도 아버지 때부터 대(代)를 이어서 말이다. '무보수 경영'이라는 표현을 처음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는 국내 재계 1위인 삼성의 오너이다. 올해부터 총수로 인정받은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다.

무보수 경영은 그가 처음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0년 삼성 특검으로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후 줄곧 월급과 성과급을 받지 않았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완전한 무보수 최고경영자(CEO)는 이건희 회장이 처음이다. 당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미국의 자동차 빅3 CEO 등이 1달러 연봉으로 화제가 됐지만 이들은 모두 스톡옵션과 성과급, 업무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매해 수백억원을 챙겼다.

요즘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1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다. 다만 저커버그는 경호비용으로 연 1000만달러(112억원)를 쓰고 있어 아직도 논란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해 2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이지만 올해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보수지급 목록에는 당연히 '이재용'이라는 이름은 없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무보수 경영의 족적을 남겼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현재 3심이 남았지만 유무죄 결과에 관계 없이 아버지처럼 무보수 경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의 무보수 경영은, 어쨌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반성의 의미가 더 가깝다.

이건희 회장 이후 2010년대 들어 '회장님'들의 무보수 경영이 늘긴 했다. 지난 2014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무보수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이들 모두 현재는 일한 값을 다시 받고 있다.

잘못을 했다고 보수를 받지 않는다는 논리는 촌스럽다. 일한 만큼 받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아니었나.

기업인은 공무원이 아니다. 성과로 말하고, 성과만큼 받아야 한다. 잘못을 했다면 사규에 따라 징계를 하면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삼성의 행동은 재계의 표준이 된다. 국내 대다수 기업들은 형(삼성)의 행동을 배우면서 크고 있다. 이건희 회장 때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사례가 재계의 헤지(위험회피)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무보수 경영의 시작이 반성의 의미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애초에 기업의 사회적책임 차원에서 월급을 사회공헌 비용으로 사용하겠다 했다면, 더 '폼'나지 않았을까.

km@fnnews.com 김경민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