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넘어 금융으로 전선 넓힌 트럼프… 결국 美도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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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터키 관세 인상으로 위안·리라 가치 떨어지자 충격 주려고 관세 또 올려 
신흥시장 위기 장기화땐 미국 경제도 타격 못 피해


【 서울 워싱턴=송경재 기자 장도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터키에 대한 관세 인상은 무역전쟁의 양상이 점차 금융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우려했다.

특히 금융전쟁은 무역전쟁보다 세계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미국의 영향력 또한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WSJ은 경고했다.

WSJ은 15일(현지시간) 관세를 올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은 중국 위안과 터키 리라 가치 하락으로 이들에 대한 관세가 이전만큼 충격을 주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국제금융 휘저어 이득 챙겨"

트럼프의 중국, 터키를 상대로 한 최근 대응은 미국이 국제 금융을 어떻게 무기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로 이는 세계 경제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 수도 있고, 국제금융을 지탱하는 촘촘하게 얽힌 거미줄 같은 관계망을 무너뜨릴 수도 있어 무역전쟁과는 다른 실질적인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고 해외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무역전쟁은 성장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경기침체나 눈에 띌 정도의 경기둔화를 몰고 오는 일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금융충격은 세계 경제에 그동안 깊은 상처를 남겨왔다.

미국은 그동안 해외 금융위기를 억제하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견해를 유지해왔다. 1982년과 1995년 멕시코에 금융지원을 했고, 1997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아시아 외환위기에 대응했으며, 2008년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각국 중앙은행을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지원했다. 대신 북한이나 이란 등 지정학적 전략에 따라 제재를 가해야 하는 경우에만 동맹들의 협조를 통해 이들이 달러 기반의 은행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상당한 고통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터키에 대한 금융제재를 통해 이 같은 원칙을 깨버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점차 독재화하는 터키와 서방간 관계가 점차 틀어지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터키의 미국인 목사 구금은 미국이나 동맹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 같으면 이같은 보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사안이다.

■금융전쟁 美 우위 확실···장기화땐 美도 위기

미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제재 부문 전문가인 벤 스틸은 "전략지정학적으로 이처럼 혹독하게 대응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면서 터키는 여전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자,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이고, 2차 대전 이후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미국의 핵심적인 이익이 걸려 있는 중요한 나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지적했다.

시장규모를 무기로 어떤 무역전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트럼프는 달러 기반 은행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통제와 미 국채시장의 압도적 규모 덕에 어떤 금융전쟁에서도 우위를 다질 것이 틀림없다. 중국을 비롯해 어떤 나라건 보복에 나선다고 미 국채를 팔아치웠다가는 미국이 고통받기에 앞서 자국이 가장 큰 고통에 직면하게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관계가 계속해서 악화한다면 이 카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피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에 충격을 주겠다는 의지로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서 돈을 빼기 시작하면 빚으로 꾸려가는 미국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WSJ은 무역전쟁이나 금융전쟁 모두 승자가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면서 신흥시장이 위기에 맞닥뜨리면 이들의 미국 제품 구매는 줄게 된다고 경고했다.또 금융전쟁은 다른 나라들이 달러가 아닌 다른 기축통화를 찾도록 부추겨 결국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분열된 세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美자산으로···증시 나홀로 강세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통상 외교정책으로 시장을 뒤흔드는 강력한 미국을 안전한 대피처로 판단, 미국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터키,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다른 아시아국가들까지 불안한 시장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미국 시장은 강력한 경제성장과 기업실적을 발판으로 여전히 안정된 모습이다.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이번 분기에 4.5% 상승, 금년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약 1%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모간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미국을 제외한 세계 지수는 3.4분기 1.3% 내렸으며 2018년 전체적으로는 거의 7% 하락했다.

더욱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의 8월 글로벌 펀드 매니저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 주식에 대한 비중확대 포지션은 2015년초 이후 최고로 조사됐다.
전세계적으로 미국 시장의 수익 전망이 가장 우호적이라고 응답한 서베이 참여자들의 순 비율은 67%로 17년만에 최고였다.

국제금융협회(IIF)도 펀드 투자자들이 미국의 주식과 채권 비중을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최고 수준 가까이로 확대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상태가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며 신중한 입장도 보이고 있다.

dympn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