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국민연금 개편 앞서 신뢰부터 쌓아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7 16:20

수정 2018.08.17 16:20

보험료율 인상 필요하나 중립성 보장장치도 둬야
국민연금 자문단이 17일 보험료 인상안을 제시했다. 두가지 안을 내놨는데, 어느 쪽이든 현행 9%에서 최고 12~13%대까지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9%를 그대로 두면 국민연금이 2057년 펑크가 날 걸로 봤다. 권고안은 또 보험료 내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연금 타는 나이는 최고 65세에서 67세로 높이는 방안도 내놨다.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재정추계를 새로 하도록 했다. 국민연금을 입체적으로 훑어보는 종합건강진단인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마련한 뒤 10월 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낼 계획이다.

재정건전성만 따지면 권고안은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손을 댈 때가 됐다. 지난 1998년에 9%로 오른 뒤 20년째 같은 비율이다. 9%란 숫자엔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반영돼 있지 않다. 국민연금은 30년 전 출범 때 지나치게 조건이 후했다. 지금도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훨씬 많다. 외국과 비교하면 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일본은 소득의 17.8%, 독일 18.7%, 노르웨이 22.3%, 영국 25.8%를 연금 보험료로 낸다. 우리는 그 절반 또는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국민연금 개혁은 난제 중의 난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반대여론을 뚫고나갈 강철 같은 의지가 없으면 개혁은 흐지부지 끝나기 십상이다. 그나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부분 개혁에 성공했다. 원래는 보험료율을 올리는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추진했으나 결국은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개혁으로 마무리됐다. 그 덕에 연금 소진 시기가 당시 추계론 2060년으로 늦춰졌다. 문재인정부는 개혁 의지 자체가 의심스럽다. 얼마전 문 대통령은 "국민적 동의 없는 일방적 개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2020년엔 총선, 2022년엔 대선이 잡혀 있다. 말 그대로 갈수록 태산이다.

개혁은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할 일이 있다. 신뢰쌓기다. 지금은 불신이 큰 탓에 개편 말조차 꺼내기 힘들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에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둬야 한다.
이사장, 기금운용본부장을 뽑을 때 정치가 끼어들면 안 된다. 그런 다음 수익률을 높이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사전작업 없이 덜컥 보험료부터 더 내라고 하면 가입자들이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