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도 유죄" 안희정 무죄에 대규모 규탄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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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것에 반발하는 여성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규탄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는 이름의 집회를 열고 "안 전 지사 무죄판결은 미투운동 이후 성평등한 사회로의 전환을 기대했던 수많은 시민에게 큰 좌절을 안겼다"며 "국가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는 사회에서 더는 살지 못하겠다는 여성들이 사회를 박살 내려고 거리로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지사를 고소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는 정혜선 변호사의 대독을 통해 발표한 편지에서 "죽어야 미투로 인정된다면 죽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씨는 "세 분 판사님들은 제 목소리를 들었나. 검찰이 재차 확인한 증거들을 봤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면서 왜 묻나. 왜 내 답변은 듣지 않고 가해자 말은 귀담아듣는가"라며 "바로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있겠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정의가 죽었다는 의미에서 검은색 옷을 주로 입고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세종대로, 광화문, 인사동, 종로2가를 거쳐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안희정이 무죄면 사법부는 유죄다", "조병구를 탄핵하라, 사법정의 실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날 집회는 주최측 추산 2만 명이 참가했다.

당초 미투시민행동은 오는 25일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이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집회 일정을 앞당겼다.

시민행동은 "피해자에게 하나의 모습을 강요하는 이 세상에 강력하게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며 "9월, 10월에도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위력을 남용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여성단체들은 선고 당일 서부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무죄판결은 성폭력 사건의 강력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부정하고 여전히 업무상 위력을 좁게 해석했다"며 "피해자가 저항해야 할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상황에 이르게 된 기본적인 상황을 법원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