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범죄 피해자 보호 함께 나서야


우리 사회에서 '형사'란 어떤 모습으로 각인돼 있을까.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처럼 십수년이 흐른 뒤에도 범인을 잊지 못하는 집요한 모습과 '범죄도시'의 마동석처럼 범죄인을 한 방에 쓸어버리는 근육질의 캐릭터 등으로 다양하다. 이처럼 경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범인을 잡는 것'이다. 범인을 검거하고 처벌하고 나면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은 그 상처를 평생 가슴에 안고 산다. 범죄 피해자의 상당수는 정신적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나아가 범죄로 무너진 지역 공동체는 다시 평온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반면 범죄 피해자의 존재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도 또 한번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2차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85년 유엔의 '범죄피해자 인권선언'은 형사사법의 방점을 '범죄자에 대한 적법한 처벌'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회복'으로 옮겨놓는 계기가 됐다. '누가 어떤 죄를 지었는가'라는 물음에서 '누가 어떤 피해를 보았는가'라고 묻기 시작했다. '어떤 처벌을 줄 것인가'라는 고민과 함께 '어떻게 피해를 회복시킬 것인가'라는 인식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가해자의 범죄 추궁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인식도 전환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돌이켜 보자.

이제 형사의 이미지도, 경찰의 임무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하지 않을까. 경찰은 범죄 피해자를 가장 빨리,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가까이 접촉한다. 범죄를 당한 직후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해주는 것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물 한잔 건네는 것도,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주는 것도, 경찰이 해야 할 일이다.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라는 규정이 있다. 지난 4월 법 개정을 통해 또 하나가 추가됐다. 바로 '범죄피해자보호'이다. 법 개정으로 향후 범죄를 당해 경황이 없는 피해자가 필요한 지원을 받기 위해 여러 기관을 전전해야 하는 현실은 없어져야 한다.

법 개정과 함께 경찰청이 전국 일선 경찰관에 피해자 보호를 전담하는 경찰관을 배치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들은 범죄 직후에 피해자를 만나 적절한 도움을 주고 긴급한 지원을 제공한다. 수사 절차에 협조하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공동체와 협력해 그들의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피해자 전담경찰관과 함께하는 범죄 피해자들은 조금 더 든든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국민 입장에서, 피해자 입장에서,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경찰이 되리라고 믿는다.

다만 이는 경찰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범죄 피해자가 범죄 그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 정부부처, 이웃 공동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범죄 피해자를 위한 예산 집행도 좀 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기관 편의적인 공급자 중심 체계에서 피해자 중심의 수요자 중심 체계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 이후에도 바꾸고 손봐야 할 것이 많다. 앞으로 범죄 그 이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맞닥뜨려야 할 험난한 길을 경찰과 정부 그리고 그 이웃이 함께 지켜줄 수 있기를 거듭 바라는 바이다.

pio@fnnews.com 박인옥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