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1차 상봉]

"어머니" "내 딸아" 65년만에 불러보는 이름..통곡의 금강산

안타깝게 생이별한 가족들, 2시간 만나 이야기꽃 피워
2000년 광복절 첫 시행후 매년 이어오던 이산가족상봉, 北 핵 강행에 2015년 중단
고령으로 사망가족 계속 증가..상봉 정례화 필요 목소리 커져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첫 단체상봉에서 남측 백민준 할아버지(93)가 며느리 리복덕씨(63)를 만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서울=공동취재단 강중모 기자】 "어머니!" "아이고 내 딸아!"

한신자 할머니(99)는 북쪽에 두고온 두 딸을 만나자마자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고 두 딸의 볼을 비비고 양 옆에 앉히고 손을 꼭 맞잡았다. 동반가족으로 따라온 남측의 아들과 딸도 옆에서 주룩주룩 눈물을 쏟았고 한 할머니는 말하는 내내 딸들과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65년 만에 헤어졌던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된 이산가족들은 단체상봉 2시간 동안 상봉의 기쁨과 오랜 기간 이어진 이산의 고통을 함께 아파했다. 이산가족들은 주름진 손으로 반백년 넘는 시간 속에 변해버린 얼굴을 쓰다듬으며 오열했고 기쁨의 웃음을 짓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빛바랜 옛날 사진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찾으며 헤어졌을 당시의 이야기를 나눴고 현재 남북에 있는 가족의 안부와 건강을 물었다.

■절절하고 기막힌 사연, 감동의 눈물로 덮이다

분단의 역사가 극적으로 진행된 만큼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도 마치 드라마처럼 기막힌 사연들이 쏟아졌다. 유관식 할아버지(89)는 이번 상봉으로 없던 딸을 만나게 됐다. 남쪽으로 떠나올 당시 아내가 딸을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유 할아버지는 "내 딸이 있다는 통지를 받고 하나님께 감사했고 오래 살아서 기쁨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유 할아버지의 딸 유연옥씨는 흑백사진 속 아버지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진과 가족사진을 꺼내 아버지에게 보여줬다. 유 할아버지는 눈물을 애써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김춘식 할아버지(80)는 황해도 옹진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한 달이면 상황이 끝날 것으로 보고 부모님, 남동생과 피란을 갔다. 두 여동생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고향에 남아 땅과 재산을 지키고 곧 다시 돌아오려 했지만 결국 이산가족이 됐다. 김 할아버지가 상봉장에 나오자 북녘 두 여동생은 오빠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할아버지는 "춘자야, 춘녀야 일어서 봐라 내가 춘식이다"라면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너희들이 보고 싶어 가슴 아파하시다가 일찍 돌아가셨다"고 말하며 눈물지었다.

■4·27판문점선언, 상봉 재개의 마중물

제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2000년 8월 15일 사흘간에 걸쳐 진행됐다. 첫 번째 상봉 이후 이산가족 상봉은 매년 한두 차례씩 이어졌다. 2003년의 경우 2월과 6월, 9월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이어지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연례행사가 됐던 이산가족 상봉은 점차 삐걱대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상봉은 2015년 10월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탈북 문제도 상봉을 가로막았다. 이처럼 끊어졌던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한 결과물이다. 두 정상은 남북의 관계가 개선된 점, 73주년 8·15 광복절을 맞아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에 합의한 바 있다.

■초고령화, 상봉 정례화 기대감 고조

가까스로 이산가족들의 상봉이 재개됐지만 상봉 행사의 개선점은 산적해 있다. 남과 북에 각각 정부가 들어선 1948년으로 기준을 삼으면 70년, 1953년 정전협정 이후로도 65년 만이다. 이렇듯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고령으로 사망하는 이산가족 1세대가 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이래 우리 측에서 상봉을 신청한 인원은 13만2603명에 달하지만 생존자는 5만6862명에 불과하다. 신청한 인원의 57%, 7만5000여명이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이다. 생존한 신청자의 60% 이상이 한국인의 기대수명을 넘긴 82세 이상이라는 점도 문제다.
지금처럼 한 번에 남북한 이산가족이 각각 100명씩 만나는 방식이라면 이산가족 1세대의 절대다수는 상봉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이산과 실향의 한을 품은 채 유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상봉의 정례화와 대규모 상봉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 등 전산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북한의 상황과 해당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미국의 제재 기조 등 시간은 없는데 넘어야 할 산은 많다.

vrdw88@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