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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분기실적 vs 반기실적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1 16:45

수정 2018.08.21 16:45

국내 상장사들은 분기마다 연간 4회 실적보고서를 낸다. 1999년 2월 1일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2000년 1월부터 분기보고서를 내게 했다. 밀레니엄 시대의 산물인 셈이다. 이전에는 1년(사업연도)에 2회,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만 제출했다.

금융당국이 제도를 변경한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에게 기업정보를 더 많이 주기 위해서다. 즉 정보 이용자에게 기업 내 변동상황 등 최신 정보를 제공해 투자판단의 자료로 활용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다.
분기보고서에는 기본 내용인 기업 재무상황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나 감사의 인적상황, 소수주주권 행사 여부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내용들을 담도록 했다. 기업지배구조의 조기정착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금융당국의 의도다.

기업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일단 보고서 제출 횟수가 2배로 늘어난 만큼 인력 등 비용이나 시간이 더 든다.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용도 알려야 한다. 특히 실적은 계절적 요인이나 일회성 이슈로 인해 분기마다 달라질 수 있는데, 그때마다 주가가 출렁거리면 주주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빌미가 된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70년 이후 시행 중인 분기 실적발표를 논란거리로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분기 실적발표를 반기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최고 기업경영자(CEO)들과의 대화에서 미국에서 기업을 더 좋게 만드는 방안을 물었다"며 "그중 한 CEO가 분기 실적발표를 중단하고 반기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규제완화를 요청한 셈이다.

즉각 찬반 논란에 불이 붙었다. 비판론자들은 분기 실적발표가 기업들을 장기적 성공전략 수립과 추진보다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도 이에 동조한다. 찬성론자들은 기업들의 투자를 제약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보고횟수 감소는 기업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일반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또 투명성이 낮아진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반기 실적발표를 관철할지 전 세계가 주목한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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