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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빗장 풀린 전속고발권, 기업은 속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1 16:45

수정 2018.08.21 16:45

공정위, 검찰에 권한 내줘 무분별한 고발 · 수사 우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38년 만에 사실상 폐지된다. 공정위와 법무부는 21일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중대 담합행위(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의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규정됐다. 공정위는 중대담합 사건에 국한한다고 했지만 이들 전속고발권 행사가 중대담합에 집중 적용해온 만큼 사실상의 폐지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총대를 멨다. 공정위는 올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특별위원회를 꾸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무부, 검찰 등과 실무협의와 당정 협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냈다.
김 위원장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통해 국민과 국가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경성담합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 공정거래법 개정 절차는 남아 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경제검찰'이라는 공정위의 권력 독점이 깨진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의 막강한 권한 중 하나다. 공정위의 권한 집중과 기업 봐주기 등 정경유착 논란 등으로 정권마다 폐지 논란이 있어 왔다. 더구나 중대담합 조사·수사가 더욱 활성화돼 담합이 근절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활동 위축이라는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당장 고소·고발 남발로 기업들이 애꿎게 피해를 볼 수 있다. 더구나 관련 권한을 넘겨받은 검찰의 과잉조사·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고스란히 '사법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검찰과 공정위가 같은 사건에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이중처벌과 시장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 법적 대응에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직격탄이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가뜩이나 죽을 맛이다. 이런 가운데 전속고발권 폐지로 무분별한 소송이 이뤄지면 버틸 재간이 없다. 그래서 경제계는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이 시정조치·과징금 등 행정처분이 미흡한 경우 적용돼야 할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재판소가 1995년과 2003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다.


정부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과 기업활동 위축을 최소화하는 보완대책을 마련한 뒤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검찰과 공정위가 협의체를 구성해 정상적 기업활동과 경제주체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공정위와 검찰이 관련 사건의 고발 남발과 과잉수사를 막는 공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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