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이슈 분석] "돈 안된다" 보험사도 저축성보험 외면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21 17:15

수정 2018.08.21 17:15

IFRS17에선 부채로 잡혀 팔아도 실익없다 판단.. 대신 보장성보험 적극 영업
상반기 판매 반토막 났지만 수요 있어 당장 퇴출은 무리
[이슈 분석]

저축성 보험상품이 시간이 갈수록 보험사와 설계사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IFRS17(보험업 신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저축성보험 판매는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보다 보장성보험 판매를 중시하는 기조로 돌아서면서 저축성보험 판매수수료도 낮게 책정, 설계사들도 이익이 줄면서 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저축성보험 판매 1년 새 '반토막'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저축보험과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 상품의 판매가 시간이 갈수록 줄고있다.

지난 2016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저축성보험 초회 보험료를 비교해보면 초회 보험료가 절반 이상 줄었다. 초회 보험료는 보험상품에 새롭게 가입한 계약자가 내는 첫번째 월 보험료로 보험회사의 보험상품 영업 현황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5조5483억원에 이르던 저축성보험 초회 보험료는 지난해 상반기 4조2777억원에서 올 상반기 2조1027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보면 올 상반기 저축성보험 초회 보험료는 50.8%나 줄었다.

이처럼 저축성보험 판매가 줄어든 이유는 보험사나 설계사에게도 저축성보험 판매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오는 2021년 도입되는 IFRS17에서 저축성보험은 보험사가 장래 고객에게 지급할 부채로 인식, 보험사 입장에서 팔수록 불리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이 확정된 시점부터 저축성보험 판매보다 부채로 잡히지 않는 보장성보험 판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보장성보험은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등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저축성보험 판매가 도움이 안되면서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을 판매할 때 설계사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도 줄이고 있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수익이 안 나오는 상품을 판매하는 데 회사에서 설계사들에게 수수료를 더 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보험사 관계자도 "전속 설계사 판매채널에서 저축성보험을 고객에게 권유하고 판매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면서 "저축성보험 판매는 전속 설계사 판매채널보다 인터넷 판매채널로 이동시키는 추세"라고 말했다.

■보험사·설계사도 판매 소극적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판매를 전속 설계사가 아닌 온라인(다이렉트) 판매 채널로 돌리고 있다.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저축성보험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판단이어서 당장 저축성보험 상품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성보험 상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목적자금 모으기에 적합하며 추가납입과 중도인출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가입 후 초기에 해지해도 납입 보험료의 95~100% 수준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비용이나 수수료 등 공제금액이 낮아 환급률이 높은 것도 저축성보험 상품의 또 다른 장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약관이 저축성보험 상품에 비해 어려운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을 온라인채널에서 가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대부분의 보험사가 온라인 판매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온라인 판매채널의 대표적인 상품이 저축성보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채널에선 심도 있는 설명이 필요없는 저축성보험과 성격이 맞다"면서 "저축성보험을 자발적으로 찾는 고객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저축성보험 상품이 시장에서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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